시시비비(~2023)_
공동체의 안전을 함께 고민하는데 초점을 두라 (김수정)
등록 2014.06.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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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세월호 참사, 유병언 추적에 목메는 언론 행태에 대한 비평

공동체의 안전을 함께 고민하는 데 초점을 두라



김수정 (민언련 정책위원 겸 웹진 기획위원)



지금은 격분하고 있지만, 이 또한 다른 형태의 무관심으로 지나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지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지배적 반응은 격분이었다. 아랫도리도 입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탈출한 사람이 선장이었다는 사실에 “이 죽일 놈”이라는 욕지거리가 바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 이 문제를 성토해야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하며, 또 애원할 것인가.


요사이 황당한 화재 사건이 줄줄이 이어져 무고한 생명도 여럿 잃어야 했다. 여기서 ‘잃어야 했다’는 표현은 잃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시점이 사건이 벌어지고 있던 당시였고 지금에서 따지고 보면 과거라는 점이 안타깝다라는 표현으로 채워지지 않는 분함이 있기 때문이다. 큰 불로 번지기 전에 소화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당직자들의 근무태만과 화재점검 소방당국의 문서 행정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문제일 뿐 근본적인 예방이 될 수는 없다.


계속되는 사고 속에서 무기력하고, 무능한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된 기분이다. 대형 참사와 사고들에 예민해야 할 감각들은 무던해지는 선택을 훨씬 빠르게 하고 있다. 오히려 그 자리에 없었던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자신을 거울에서 마주칠까 두렵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과 사고일 수 있겠지만,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노라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과정이 아닐까? 다음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누가 답을 해 줄 것인가 말이다. 이 질문과 성찰에서 가장 책임을 느껴야할 것이 정부이며, 또한 언론이라고 본다.


KBS <뉴스9> 5월 26일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KBS는 유병언 부자의 변장 사진을 공개하고 112 신고전화를 줄 것을, MBC는 흰색 EF 소나타를 찾아라, SBS는 거물 변호사가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프랑스에 머무는 장녀 유섬나씨의 송환이 늦춰질 것으로 보도했다. TV조선이나 A채널과 같은 종편은 유병언 전 회장의 도피에 함께 있었던 30대 여성, 최측근들이 여성인 까닭 등의 자극적인 주제로 시사프로 주요 질문을 이어갔다. 유씨 부자를 재판장에 세우고, 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을 묻고, 유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해서 피해자 보상부터 선체인양에 드는 모든 비용을 모두 받아내야 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할 일이고, 중요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 빠져 있다간 정작 과적의 문제는 못보고 가라앉는 배를 그대로 두고 본 정부의 회피와 책임 기피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한겨레 칼럼 <눈 감고, 저 여우나 잡아라>(한겨레, 2014.5.27)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쫒는 검찰의 추적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는 모양새가 “너른 들판에서 여우를 모는 모습 같다”고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에도 과적으로 배를 띄우고 있더라는 보도를 접했을 때, 그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 누가 답을 해 줄 것인가? 사고의 책임을 묻고 따지는 정치행위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적극적인 문책을 언론이 해 주길 바란다. 공동체가 사회 전체의 안전 시스템에 대해 염려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