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왜곡된 말길을 바로잡는 국민TV와 뉴스타파, 대중적 접근도를 높이는 방안이 관건 (김은규)[언론포커스] 국민TV ‘뉴스K’ 출범을 계기로 본 대안언론 과제
왜곡된 말길을 바로잡는 국민TV와 뉴스타파,
대중적 접근도를 높이는 방안이 관건
김은규(웹진 기획위원장)
역사는 언론에 의해 기록된다. 보다 정확이 말하자면 당대의 사건과 이슈들은 언론에 의해 전달되면서 역사로 기록된다. 그러기에 언론이 어떤 이슈를 보도하고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기록이 달라지기도 한다. 언론이 진실보도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일 첫 선을 보인 국민TV ‘뉴스K’는 역사의 기록자로서 한국 언론의 현실에 강렬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혁명의 역사는 빨갱이의 데모로, 독재에 항거한 정의의 역사는 불순분자의 폭동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감격의 역사는 학생들의 가두시위로 기록했던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과거를 꾸짖는다. 더불어 여전히 노동자, 서민, 학생들에 의해 타오르는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 작금의 언론 현실을 질타한다. 그리고, 국민TV는 역사를 역사로 기록하겠다는 언론의 사명을 제시한다. 제 역할을 하는 언론이 되겠다는 것이기에 이런 매체의 존재 자체와 한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반갑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다. 비정상이 일상화되다 보니 당연한 것이 오히려 주목받는 시대가 안타까울 뿐이다. 오죽하면 온갖 특혜와 부당한 과정 속에서 출현한 JTBC 뉴스가 세간에 오르내리겠는가.
언로가 막히면 대안언론이 사회적 공론장으로 부상
역사적으로 돌이켜 볼 때, 제도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제 역할을 못할 때 대안언론들이 그 역할을 대체했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던 1970-80년대 군부정권 시절, 언론은 국가권력에 철저히 예속되었고 국민들은 제대로 된 말길을 갖지 못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대안언론들이었다. 자유언론, 민중언론, 대항언론, 지하언론, 노동자언론 등으로 불리었던 대안언론들은 비합법, 반합법적 형태로 존재하면서 폭압적 정치권력에 맞서는 한편 각계 각층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그렇게 말길이 확보되면서 87년 6월 시민항쟁이라는 전 국민적 의지와 역량을 모아냈던 것이다.
6월 항쟁 이후 언론의 자율성은 예전보다 확대되었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권력의 견제는 여전했고, 자본이 한국 언론을 옥죄는 새로운 힘으로 부상했다. 더구나 과거 폭압적 권력의 후견을 받았던 보수 언론은 그 스스로가 권력화 됐다. 그러기에 건강한 공론장을 위한 대안언론은 여전히 필요했고, 시민사회의 성숙과 미디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의 대안언론이 실천되었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한겨레신문,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국민주방송 설립운동과 같은 대안방송에 대한 노력도 전개되었다. 또한 공동체의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신문, 액세스채널, 공동체라디오 같은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대안언론의 지평을 넓혀왔다.
또 다시 대안언론이 요구되는 한국 사회
2014년 한국사회에서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와 ‘뉴스타파’가 새로운 대안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TV는 미디어협동조합이라는 운영 체제를 통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역사의 기록자이기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언론의 실험이다. 뉴스타파 역시 비영리 민간단체(NPO)인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조직을 정비하고 탐사전문 언론기관으로서 성역없는 탐사보도를 추구하는 대안언론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미디어와 이들이 쏟아내는 콘텐츠가 범람한다. 하지만 올바르게 사실을 전달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을 찾아보긴 힘들다.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들은 철저하게 권력과 자본에 종속되어 있다. 공영방송은 권력의 품에 안겨 충성경쟁을 하고 있고, 보수정권과 공고하게 결탁한 보수언론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국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고 있다. 또한 TV 화면을 통해 쏟아지는 미디어 콘텐츠들은 예능과 오락물에 장악되어 있다. 가히 예능공화국이다. 대통령 선거가 댓글로 얼룩지건, 국가기관이 간첩을 조작하건 신경쓰지 말고 그저 웃고 즐기라는 강요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TV,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매체들의 활동은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한줄기 소나기와 같은 존재이다.
사실, 한국의 언론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면, 대안언론을 위한 역량은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강화하는 일상의 매체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데 모아져야 한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보수정권의 재집권과 언론지형의 보수화, 그리고 이들 간의 공고한 결합은 대안언론의 지형을 더욱 중층적으로 만들었다. 요컨대, 한편으로는 시민적 일상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소통구조’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 정치권력과 이들의 연합에 맞서 ‘진실한 저널리즘’(저널리즘의 목적 자체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러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이 작동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독립언론을 위하여
국민TV와 뉴스타파의 대안언론으로서의 기능은 후자에 맞추어진다. 스스로가 표방하듯 성역없는 공정한 보도, 정직하고 투명한 보도,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가 이루어지는 대안언론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두 매체의 사명이다. 구성원들이 사명감과 각고의 노력 속에서 이들의 활약이 성과를 이루고 있음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바램은 지속가능하고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독립언론’으로 존재적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가야 할 고개가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국민TV와 뉴스타파 두 매체 간의 협력과 역할 분담이다. 국민TV와 뉴스타파는 거짓과 위선으로 얼룩지는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 속에서 출현했다는 동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동일한 목적의식과 사명을 갖는다. 한 때 역량결집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각기 다른 형태로 출현했다. 엄중한 시기에 역량의 분산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두 매체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TV는 데일리 종합뉴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로 각자의 성격을 특징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 구분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공조체제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독립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대중적 접근성을 위한 플랫폼의 확장과 재정적 문제 역시 관건이다. 역사적으로 출몰했던 대안언론의 근본적 문제는 항상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구성원의 사명감과 희생 정신만 가지고는 매체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두 매체는 모두 회원 기반의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뉴스타파는 회원 수 32,000여 명을 확보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TV 역시 현재 24,000여 명의 회원과 40억에 가까운 출자금으로 확보했으며, 조합원들도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랫폼 확장은 이들의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임과 동시에 회원 확보와도 연계되는 문제이다. 뉴스타파의 주요 플랫폼은 유투브, 팟캐스트, 포털사이트, 케이블채널의 RTV 이다. 국민TV의 주요 플랫폼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이들 플랫폼은 첨단 뉴미디어들이 손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며, 목적의식적 회원들에게 이러한 플랫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밥 먹으면서, 대화하면서 뉴스를 시청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가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좋은 뉴스를 만들어 놓고도 플랫폼에서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대안매체들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기에 차츰 고민해 볼 일이다.
국민TV와 뉴스타파는 극도로 악화된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염원, 그리고 이를 위한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노력 속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안매체로서의 단기간의 실험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독립언론으로서 진실을 전하는 말길이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