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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또 하나의 북풍’ (이용마)
등록 2014.04.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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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북한이슈'를 다루는 언론보도의 문제

무인기, ‘또 하나의 북풍

 

이용마(MBC해직 기자, 민언련 정책위원)

 


하루 평균 북한 뉴스 5.9


6.4 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 여 남긴 상태에서 또 하나의 북풍이 불고 있다. 바로 무인기소동이다.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건의 실체는 북한에서 보낸 정찰용 무인기가 청와대 등지를 촬영한 뒤 연료 부족 등의 이유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무인기가 발견된 직후인 지난 41일부터 열흘 동안 KBS9시 뉴스에 이와 관련해 보도한 행태를 보면 참으로 기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 한 명이 리포트한 것은 1꼭지, 3명의 기자가 동시에 보도한 집중리포트의 경우 3꼭지, 앵커가 읽은 단신 멘트는 0.5꼭지로 쳐서 세어 보았다. 뉴스 말미의 단신 묶음은 제외했다. 그 결과 KBS는 무인기와 관련해 열흘 동안 무려 41.5꼭지를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기와 관련된 여야의 국회 공방을 전달한 꼭지까지 포함하면 42.5꼭지, 하루 평균 4.25개의 보도를 한 셈이다.

 


KBS <뉴스 9 >보도화면 갈무리 



보도내용을 살펴보아도 무인기 관련 소식은 북한의 침입을 전제로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는 내용 위주이다현재 초보적인 정찰 기능밖에 못하는 수준이지만일부 장비를 구축한다면 언제든지 공격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분석을 그럴듯하게 제시하고 있다즉 이 정찰용 무인기에 생화학탄을 탑재해서 원하는 곳에 투하하는 테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KBS의 이와 같은 보도는 정찰용 무인기가 소형 핵무기를 싣고 와 공격을 할 경우 큰일이라는 등 일부 보수신문의 호들갑과 맞물리며 확대재생산되어 우리 사회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이 기간 동안 KBS가 9시 뉴스에 무인기 이외에도 북한 김정은 체제와 그 문제점에 대해 추가로 보도한 것이 16.5꼭지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북한 관련 뉴스가 하루 평균 5.9개가 된다공영방송이 앞장서서 북한의 위협과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남북대결 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MBC와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에 비해 꼭지 수만 조금 적을 뿐남북대결을 고조시키는 보도 행태는 동일한 수준이다.


보다 세련된 북풍


이 쯤 되면 4년 전 천안함 사건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천안함이 폭발하자 우리 국방부와 언론은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짓고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는 광기를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무인기가 실제 북한이 만들어서 보낸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이 무인기의 성능을 과장하며 남한 사회를 또 다시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응징 이외에도 국가 방위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군 관계자들의 무능함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당시에 천안함 폭침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은 군 관계자들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무인 정찰기가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심각한 위협이 된다면, 경계를 소홀히 한 군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4년 전이나 지금이나 군의 무능함은 과장된 북한 위협 속에 묻히고, 국민들은 공포의 도가니에 사로잡히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국방예산만 추가로 투입될 상황이다.


19964월 총선을 앞두고 판문점 부근에서 남북한 간에 총격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언론은 당시에도 호들갑을 떨며 북한의 위협을 과대 선전했다. 정치학계의 한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해 당시 여당이 경쟁이 치열했던 수도권에서 10석 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여당이 과반에 육박한 의석을 얻을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남북한의 총격 사건은 당시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총선을 이기기 위해 고의로 벌인 사건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위 총풍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로 인해 당시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구속되었지만, 총선은 이미 왜곡된 여론을 반영한 채 끝난 뒤였다.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첨병


최근 북풍사건을 보면서 1996년 당시의 총풍사건이 자꾸 떠오른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중심을 잡아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적극 나서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KBS가 무인기에 대한 과장된 보도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안, 9시 뉴스에서 6.4 지방선거를 포함해 정치 관련 소식을 전달한 뉴스는 12꼭지에 불과했다. 그 중 무인기와 관련된 여야의 공방을 전달한 것을 빼면 정치 관련 뉴스는 11꼭지 밖에 없다. 하루에 평균 1.1개 꼴이다. 이 기간 기초단체 공천문제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담을 요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내홍을 겪었으며, 서울시장 경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와 김황식 후보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큰 사건이 있었지만 정치뉴스를 거의 할당하지 않은 것이다.


언론이 정치에 대해 국민들이 알아야할 뉴스는 최대한 줄이는 반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자꾸 불러일으키는 선동적인 보도를 앞세움으로써,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첨병이 되고 있다. 언론이 왜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