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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채 끝난 한편의 막장드라마 (김경환)
등록 2014.04.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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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종편재허가 심사의 문제점 

시청자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채 끝난 한편의 막장드라마



김경환(상지대 언론광고학부)



종합편성채널의 심사결과가 나오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회자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재허가 점수보다 높은 점수로 재허가를 받은 JTBC는 물론이고 다른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도 과연 재허가 점수가 합당하였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과연 재허가 심사가 공정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까지 합세하면서 종합편성채널의 재허가 심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조중동 종편 3사 로고 갈무리



종편재허가 심사결과를 보고 떠오른 고사성어가 있다. 이현령 비현령(耳顯鈴 鼻顯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이다. 아무리 엄격한 재허가 기준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를 쓰는 사람이 작심하고 딴 맘을 먹으면 귀걸이로도 됐다가 코걸이로도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고무줄 심사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하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그들에 의한 주관적 심사’ 


심사위원회 구성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철저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뽑았다. 재허가 심사위원들은 철저하게 여·야의 비율에 따라 인선됐고, 여당 쪽 추천 인사들이 다수 재허가 심사위원을 차지하면서 종합편성채널의 심사결과는 이미 재허가 승인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재허가 심사결과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평가에는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가 존재한다. 정량적 평가는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서 그 기준에 대비해서 평가할 수 있는 분야에 적용된다. 반면, 정성적 평가는 정량적 평가와 같이 계수,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문의 평가를 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평가 방식이다. 정량적 평가는 객관화 가능한 수치에 기반을 두어 평가한다는 점에서 평가결과에 대한 시비의 소지가 적은 것이 장점이지만 만족도나 공정성처럼 실제 평가항목의 상당수는 계수, 계량화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성적 평가와 정량적 평가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평가항목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종합편성채널의 재허가 심사도 정량적 평가항목과 정성적 평가항목이 혼합된 평가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 시 평가항목의 대부분이 계량화가 힘든 정성적 평가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방송사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전체 평가점수 1,000점 중에서 350점으로 가장 배점이 컸던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 부분은 정량적 평가에 해당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평가항목은 정성적 평가항목에 해당한다. 정성적 평가항목이 많다는 것은 심사위원 주관적 판단에 따라 심사결과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정성적 평가항목을 최소화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량적 평가항목을 늘릴 수 있는지가 과제다. 


종합편성채널의 재허가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기준을 외부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반에 맡겨서 만든 뒤, 이를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서 확정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심사 기준에 의거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사 후 재허가를 결정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가급적 외부의 전문가들에게 심사기준부터 재허가 심사까지 맡김으로서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심사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현행 재허가 심사의 구조다. 심사기준은 외부의 전문가가 작성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심사기준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 즉 외부의 전문가가 작성한 심사기준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재허가 심사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참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재허가 심사기준을 외부 전문가에 맡겨서 만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외부전문가가 마련한 그 심사기준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서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출생의 비밀에서 불륜으로 이어진 막장 드라마


심사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심사결과에 대한 채점표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특정한 사업자가 재허가에 탈락한다면 해당 사업자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심사결과의 공개를 요구할 것이고 당연히 심사결과는 공개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에게 조차도 심사결과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심사위원간에 부적절한 담합이나 채점과정에서의 계산착오와 같은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에게는 전달이 될 필요가 있다.


재허가 심사는 3년에 한 번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실제로 방송을 시작한 지는 2년여에 불과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 허가된 날짜는 그보다 앞선 2011년 3월이므로 이 날짜를 기준으로 3년마다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번 재허가로 MBN을 제외한 3개 종합편성채널과 연합뉴스티브이가 2017년 3월까지 방송사업 허가를 승인받았지만 종합편성채널의 재허가 과정은 시청자의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채 끝난 한편의 막장드라마였다. 막장 드라마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출생의 비밀과 불륜이다. 종합편성채널 역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보수적 정치집단과 메이저언론의 유착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회적 불륜으로 비난 받기에 충분하다. 종합편성채널의 재허가 승인으로 막장 드라마 제2부가 새롭게 시작됐다. 제2부는 어떠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