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2023)_
‘쓴소리’라고 칭하는 주술놀이 (이기범)
[시시비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보도행태
‘쓴소리’라고 칭하는 주술놀이
이기범(민언련 웹진 기획위원)
3월 2일 일요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 움직임은 관심사였다. 하루 전날까지 당 내부에서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이 딱 맞았다. 3일 각 신문들은 1면에서 변화될 정치 지형을 다뤘다.
경향, 중앙, 한겨레, 한국은 지방선거가 여야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는 전망을 담은 제목으로 달았고, 세계, 국민은 야권 재편으로 판이 흔들리거나 바뀐다고 했고, 서울신문은 양자대결이라고 하면서 ‘야권의 정치도박’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제목의 주어로 안철수를 택했다.
3월 2일, 안철수의원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통합하기로 발표. 출처는 민중의 소리
원색적 표현으로 ‘안철수’ 비방하는 보수언론
경향신문은 <지방선거 '거짓 대 약속' 양자구도 추>, 한겨레는 <'민주+안철수, 새누리와 지방선거 맞대결한다>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안철수 새정치, 40일 만에 민주 손잡다>, 조선일보는 <안철수, 新黨 접고 민주당과 합친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수구 보수신문들과 종편이 하이에나식으로 ‘새 정치’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들도 숟가락을 얹었다. 오죽하면 민언련과 언론노조가 함께 꾸린 공정선거보도감시단에서 <안철수 죽이기에 올인한 조중동문-MBC-종편의 동맹>이라고 표현했겠는가.
먼저 조중동은 3~4일 <야권연대도 모자라 민주당과 野合이 '안철수 새정치'냐>(동아일보 3일), <민주당과 합당하는 '안철수 새정치', 백기투항 아닌가>(조선일보 3일), <민주-안 통합, 개혁 못하면 '구 정치 합병>(중앙일보 3일), <안철수 의원의 "약속 지키라" 발언 더 듣기 거북하다>(조선일보 4일) 등의 제목의 사설로 안철수를 겨냥했다.
이들 신문들은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의미를 퇴색시켰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이하 보도감시단)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지분싸움이 불보듯 뻔하다며 안철수 새정치는 결국 백기투항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불교식에서 기독교식으로 결혼 방식을 바꾸는 셈’이라고 폄하했다. 중앙일보는 ‘철수(撤收) 정치’라는 표현부터 ‘연애 안한다고 했으면 동거도 안하는 게 상식’이라는 저급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야합이라 했고, 문화일보는 ‘갈수록 약발이 떨어질 것’이라고 혹평했다.
종편은 보수매체의 증폭기임을 명확히했다. 새누리당 일색인 시사토크에서는 좋은 먹잇감이 나온 것처럼 마구잡이 혹평을 쏟아냈다. TV조선 ‘신통방통’과 ‘돌아온 저격수’ ‘직언직설’ 등에 나온 패널들은 “간만 본다고 간철수” “이 당 저당 날아다닌다고 새철수” “대학 졸업하고 단 한 번도 무엇을 끝내본 적이 없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기질을”, “얼마나 버틸지 지켜보자” 등의 막말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이 같은 내용은 채널A 쾌도난마에서도 반복됐다. “안철수 현상은 사망 선고다”, “새정치하는 바람에 주변의 분들이 더 완전히 새가 됐다”, “이름이 철수신데, 정말 자꾸 그렇게 철수를 자주한다” 등 안철수 의원 비하 발언이 쏟아졌다.
끌려가는 지상파
MBC의 보도 역시 공중파라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다. 3월1일부터 7일까지 관련 기사를 비교해 보면 통합에 부정적 측면을 담은 보도의 비율은 MBC는 총 8건의 기사 중 5건이 부정적이었다. 이는 62.5%,에 해당되는 것으로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많았다. 참고로 KBS 27.3%, SBS 25%, YTN 30%였다.
보도감시단에서 문제로 삼은 보도는 3월3일 <안철수 식 ‘새정치’ 비판 직면>이란 기사다. 여기서는 안 의원의 과거 발언만을 담아내는데 집중했다. 기사에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야권연대는 패배주의 사고라고까지 했던 안 의원, 그러나 단 사흘간의 협상으로 독자적 창당을 멈추고 민주당과 손잡았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이 바뀌는 것도 새정치”라고 밝혔지만 지지층은 일순간 혼란에 빠졌습니다”라며 안 의원에게 화살을 겨눴다.
또 윤여준의 발언 해프닝만 가지고 한 꼭지를 만들어 부정적 내용을 과장하기도 했다. 3월 8일 <“안, 얼마나 거질말을…”>에서는 윤여준 의장이 “통합 논의가 언제부터인지 알아야 안 의원이 나에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안 의원이 수도 없이 새정치를 다짐하더니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논란 발언을 언급했다. 이어 윤 의장이 논란이 커지자 결별은 아니라며 “농담을 주고 받은 얘기 중에 한 대목이 나간거에요”라고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저주에 가까운 종편의 궤변
이 같은 안철수 때리기는 조중동과 종편에서 계속됐다. 중앙일보는 10일 <안철수 뺄셈의 정치>에서 ‘삼고초려로 모셔온 책사들이 결국 100일도 못돼서 안 의원을 떠났다’며 신당 창당 과정을 부정적으로 묘사했고, 동아일보는 14일 <‘새 정치’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결국 민주당의 기득권 구조에 편승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극단의 평가를 내렸다.
TV 조선의 경우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샌님 같던 안철수가 달라졌네 폭탄주 들고 “파이팅” 내부 진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나온 사람들은 “내부불만을 잠식하기 위해서 본인이 변화된 행동을 하는구나”, “안 의원이 폭탄주를 다 먹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룰을 어겼다’고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또 <돌아온 저격수다>에서 진성호 씨는 ”안 의원이 “새 정치도 좋지만요 대다수의 서민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술을 마시고 있는지. 이 고통을 이해해야만이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궤변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쓴소리는 좋은 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중동과 그들이 쥔 종편에서 쏟아내는 내용들은 ‘약’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깝다. 새정치를 걱정하기보다는 먼저 예단하고 침소봉대해 ‘좌초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가지고 있기에 전체 언론지형을 주무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반복되는 ‘주술 놀이’를 반복하고 있고, 이에 지상파도 끌려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