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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왜곡하는 언론 (주제준)
등록 2014.01.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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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경찰 보도자료만 받아쓴 언론

고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왜곡하는 언론

 

주제준(고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 대변인)
 

 

 

2013년 마지막 날 또 한 사람이 자신의 몸에 스스로 불을 붙여 이 땅에서 죽어 갔다. 민주주의를 숨막히게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한 절규의 외침이었다.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과 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히는 특검을 실시하라고,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외침의 메아리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경찰은 2014년 1월1일 오전에 '부채, 어머니의 병환' 등 복합적인 동기로 분신을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빚 독촉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경제적 이유 말고는 분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보도자료의 어디에도 고인의 유서와 분신당시의 현수막 얘기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심지어 경찰은 고인이 분신당시 소유하고 있었던 유서까지도 유족들에게 줄 수 없다고 시간끌기에 나선 이후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경찰의 보도자료를 따라쓰기 시작했고, 심지어 '보험사기' 운운하는 매체도 있었다.
 
고인의 죽음을 왜곡한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월 4일 고인의 영결식이 서울역에서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되었고, 열사의 고향인 망월동 묘지에 묻히게 되었는데,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서울역 분신男 광주 망월동에 안장한다는데> 따위의 제목을 붙이며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주장을 폈다. 보수신문들은 이렇게 왜곡된 보도를 일삼았다면, 방송사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방식을 택했다.

 

 

 

 

KBS, MBC, SBS 뉴스에서는 장례 기간 내내 [이남종] 이름은 삭제되어 있었다. 필자가 장례식장에서 KBS, MBC, SBS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취재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말을 하지 않겠다. 그들은 장례식장에 상주하면서 매일 장례위원회가 진행하는 일일 브리핑을 비롯해 빈소 앞에서 매일 저녁 7시 진행된 촛불도 충실히 취재했다.
 
하지만 종편들을 살펴보면 방송사의 외면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2014년 1월 7일 채널A <박종진의 뉴스쇼 쾌도난마>에서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출연해 이남종 씨의 분신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종일관 박석운(진보연대․민언련 공동대표)씨와 진보연대가 고인의 분신 시도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변 씨는 원 모씨(누군지 알수 없음)를 언급하면서 “병원에 갔던 기자들이 증언해줬는데, (원 모씨가)병원에까지 따라가서 ‘그때 허세욱 분신자살 때는 너무 빨리 끝냈다. 이번에는 국민장으로 길게 끌고 가야 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진보연대 박석운 대표가 이미 현장에, 병원에 들어가 있고 아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석운 대표는 고 이남종 열사의 분신 당시 현장에 간 적이 없으며 병원에는 고인이 분신 소식을 접한 이후인 12월 31일 밤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채널A의 쾌도난마는 <뉴스>를 표방하고 있는 방송이라는 점에서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도 저버리고 공정성마저 내팽개친 것이다. 소설 수준의 이러한 사실이 어떻게 여과 없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지 그 배후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사실이 아닌 거짓말로 박석운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며, ‘자살방조자’로 몰아간 것이다. 요즘 1000만의 관객을 모았던 [변호인]의 명대사 “이라믄 안 되는 거잖아요”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이남종 열사의 절규의 함성 “두려움을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서십시오”라는 말이 필자의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