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개혁의 동력은 실천의 현장에서 찾아야 (김서중)
등록 2013.11.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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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 방송공정성특위와 언론공대위 

개혁의 동력은 실천의 현장에서 찾아야



김서중(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국회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1차 종료 기간인 9월 말까지 사실 상 성과가 없자, 새누리당은 특위를 공전시켰다는 비판을 모면하고자 2개월간 시한 연장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1차의 상황이 재연될 운명에 처했다. 애초 중요한 성과를 내기 위해 시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 아니고, 비판을 피하고 수신료 인상의 기회를 엿보기 위한 책략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연장 결정 시점부터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 개혁의 동력이 빠진 국회만의 논의


뒤늦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야당과 개혁 진영은 특위 제안을 수용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고, 만약 수용이 불가피했다면 공전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디어법을 개악하기 위한 수순으로 도입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 운영에서 보았던 바와 같이 정부, 여당의 의지가 없는 제도개선위원회는 사실 상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면피성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일정 정도라도 성과를 냈던 위원회들은 정부 여당의 불순한 의도가 적었거나 개혁 의지가 있을 때였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방송 공정성 회복에 대한 일말의 양보 의지라도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특위를 수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특위 수용이 불가피했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어야 했다. 국회 밖 학계와 시민사회의 추천을 받아 운영했던 미발위 역시 공전을 거듭했고 성과 없이 끝났지만, 그나마 미발위 밖의 개혁세력과 호흡하면서 정부 여당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음을 대중과 공유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번보다는 나았었다. 개혁진영과 공조하지 않고도 소수 야당의 논리적 설득만으로 개선 의지가 없는 새누리당을 설득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특위가 공전한 것의 근본적인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방송계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특위로 넘어가 실종됨으로써 개혁의 동력이 약해진 것의 책임을 새누리당에게만 돌릴 수 없다. 국회 외부의 개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공백 상태에서 정부조직법을 개편한 정부여당은 직접사용채널을 통한 통신재벌의 유사종편 진입 가능성 개방,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 로드맵 수립, 주파수 재벌 매각, 700MHz 대역 방송용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 추진, 유료방송의 8VSB 허용 등 비지상파방송과 통신 등을 통해 유사방송에 대한 대기업의 지배확대와 규제완화를 추진해 왔다.


특위 수용과 대응의 전략적 실수를 지적한 것은 미발위에서 겪은 교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특위에서도 오류가 반복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개혁의 동력과 유리된 정치적 논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전특위’, ‘빈손특위’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한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정상화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결성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새누리당은 물론, 거대 여당으로부터 정치적 타협 압박을 받을 소수 야당을 견인하기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결정이었다.





새로운 개혁의 동력 공대위, 실천으로 답해야


공대위는 출범 결의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같은 국기문란사건에도 눈을 감는 비정상언론들을 질타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을 상업화하는데 앞장서고, 공공적 프로그램을 징계하는 작금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네 가지 결의를 했다. 언론정상화(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 제작 자율성 등)를 위한 입법 투쟁, 소신 있는 언론인들의 보호를 위한 투쟁, 언론 공공성 파괴 정책 저지 투쟁 그리고 범국민 캠페인이다.


특위의 여야가 추천한 자문 교수단들이 특별 의결정족수 도입(재적 3분의 2 등)과 이사회 자격 및 결격 기준 강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 신설, 방송통신 심의위원 구성 변화(여 5, 야 4), 편성위원회 구성 등의 현실적인 합의안을 제안하였다. 최선은 아니지만 언론 정상화의 방안은 나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을 압박할 개혁의 동력도 부족하다.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고, 개혁 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유가 적었기 때문이다.


특위의 새누리당 쪽 간사인 조해진 의원이 경영진만이 아니라 노조도 공정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탈퇴를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물 타기를 시도했다. 그 동안 경영진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보도제작진의 내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 명백히 밝혀져 있고, 민주노총이 보도제작에 관여하고 있지 않음도 명백한데 이런 억지 주장을 펴고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개혁 의제가 공유되지 못하고 정치적 의도를 지닌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대위의 입법 투쟁은 개혁의제의 공유·확산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력의 언론 장악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들 구제는 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선결 조치다. 해직자의 현실은 언론 내부 투쟁 동력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새누리당이 나서서 해줄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해직언론인 복직에 관한 입법안을 제출해놓았다고는 하지만 국회 내부 동력으로 이것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외부 동력의 확보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공대위의 투쟁이 절실한 이유다.


전술한대로 박근혜 정부 들어서 방송공공성에 역행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계획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비판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각 사안 하나하나가 방송의 공공성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저항은커녕 제대로 된 논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송 공공성 의제를 부활시키는 개혁진영의 노력이 필요하다. 공대위의 과제다. 공대위 출범 결의문은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범국민캠페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결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결의 내용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이다. 즉 개혁 의제를 구체화하고 그 의제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