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MBC 사측의 촛불집회 폄훼에 대한 논평
KBS·MBC, 박근혜 정권과 동반몰락 선택했다/공정방송의 새 역사를 쓰자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밝혀져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고,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자괴감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등 대한민국은 일찍이 없었던 국가적 망신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미 ‘박근혜 퇴진’ 여론이 70%를 넘었고, 지난 주말 열린 4차 범국민행동 집회에는 100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26일 열리는 ‘#박근혜 퇴진 제5차 범국민행동’에는 전국에서 200만 명이 넘게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최대 인원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주말을 반납한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은 일부 세력과 계층을 초월한 전국민적 요구이며, 국회에서도 탄핵 절차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사실상 유고 상태다. 양파껍질처럼 끝도 없이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 게이트의 현실을 보면 정권 출범 당시부터 정부의 기능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주범인 피의자 박근혜는 물론, 사태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만든 언론도 공범으로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때문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함께, 공범이요 부역자인 언론의 책임 또한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그런데 공범 중 제일 공범인 KBS․MBC 안의 정권 부역자들이 아직도 권력의 단꿈에 취해 있는 듯 죽어가는 권력을 붙들고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17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망언들이 쏟아졌다. 이날 야권추천 3인의 이사들은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JTBC의 절반으로 창사 이래 최저인 3%까지 떨어졌다며 최근 MBC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 3인의 이사들은 “MBC 기자들이 시민들로부터 욕설을 들으며 취재현장에서 쫓겨나고, MBC중계차의 로고와 마이크 태그를 떼고 방송을 해야 하는 반면, JTBC기자들은 시민들이 취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 책임자들을 출석시켜 향후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들어보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MBC 취재진의 취재 어려움에 대해 “100만 시민들은 대부분 노동단체에서 동원된 것”이라면서 “JTBC도 애국단체 집회에 가면 똑같이 쫓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권추천 이사들은 “MBC 보도는 나름 흔들리지 않고 공정을 유지하고 있다”(김광동 이사)고 했고, “방문진이 사장과 보도책임자에게 보도에 관해 묻는 것은 ‘편성과 제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유의선, 권혁철, 이인철 이사)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경영진 출석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참으로 가당찮은 주장이다. 과연 이들이 ‘방송자유’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방문진 이사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고영주 이사장은 “‘<피디수첩>의 광우병’, ‘김현희’ 같은 프로그램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야말로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이념편향적 발언으로 명백한 방송개입이다. 또한 KBS 세월호 참사보도 통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것은 넣고 저것은 빼라”는 청와대와 사장의 압력이야말로 방송통제다. MBC보도가 경쟁력과 신뢰도에서 처참한 결과로 나타났고 취재를 못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극심한 저항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진이 경영책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MBC의 공적 책무를 책임져야 할 방문진의 의무다. 이들 여권추천 이사들은 방문진의 역할과 의무를 정면으로 배격한 것이다. 방문진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이들이 방송의 전문성도, 방송자유의 개념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24일 저녁 7시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언론단체시국회의’ 주관의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진상규명과 KBS의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자리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KBS 경영진은 언론노조 KBS본부를 향해 “촛불집회 독려는 KBS를 압박하려는 해사행위”라고 겁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KBS본부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순수한 촛불집회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경계하고 자성하길 촉구”한다고 왜곡‧선동했다.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공영방송 KBS의 공정보도 촉구는 시민들은 물론 내부 구성원들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동안 KBS 경영진은 공정방송을 촉구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묵살하며 정권의 부역자로 역할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KBS본부 구성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붕괴된 공정방송을 일으켜 세우려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이기도 하다. 그동안 청와대의 보도개입에 일언반구 못하고 ‘충견 노릇’을 일삼던 KBS 안의 부역자들이 ‘압력’, ‘해사행위’ 따위를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KBS 경영진과 방문진 여권추천 이사들의 현실은 연일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서슴지 않는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혼이 비정상’인 게 분명하다. KBS․MBC를 망쳐먹은 이들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시민들에 용서를 구할 ‘골든타임’을 스스로 걷어차며 박근혜 정권과의 동반몰락을 선택한 것인가. 그렇다면 더 이상 이들에게 연연할 필요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밑바닥부터 공정방송의 새 역사를 써나가면 될 일이다. <끝>
2016년 11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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