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경영진의 방송법 및 방송편성규약 위반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논평
‘최순실 허수아비 정부’ 눈치 보는 방통위, 당장 공영방송 정상화에 나서라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 8월 17일,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KBS 고대영 사장 및 경영진의 방송법 및 방송편성규약 위반 관련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신 보도지침’ 의혹과 부당한 인사와 징계, 자정노력은 불가능한 KBS
7월 11일 KBS 고대영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같은 날 자사의 사드 관련 뉴스해설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보도본부장을 질타했고 뉴스해설을 했던 김진수 해설위원은 나흘 뒤 방송문화연구소로 ‘좌천’됐다. 7월 19일에는 KBS 본사 보도국이 대구총국 보도국에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배후세력’이 있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제작하라 지시했다. 이에 KBS 전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이에 반발하자 사측은 징계위원회 회부로 대응했다. 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개봉 사흘째인 7월 29일에는 KBS 문화부장과 팀장이 흥행 호조에도 불구하고 좌파 이데올로기에 갇힌 영화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줘 문제라는 취지의 보도를 작성하라 지시했다. 송명훈, 서영민 기자가 취재 지시의 부당성을 항변하자 이번에도 징계가 떨어졌다. KBS 기자들에게 가해진 사측의 부당한 ‘보도지침’과 ‘보복인사’는 방송 편성의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과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을 보장한 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는 공영방송 스스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자폭’이며, 경영진의 해사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당시 KBS 구성원들은 물론, 여러 언론단체들이 KBS 경영진의 행태를 비판했지만, KBS 고대영 사장과 보도국은 개선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KBS 이사회의 소수 이사들이 총선 당시 과도한 북한 관련 보도나 사드배치 관련 보도지침 등을 문제 삼았지만 경영진은 무시했고, 최근 공정보도 촉구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다수 이사들의 반대로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할 의무를 지닌 주무기관 방송통신위원회와 청와대는 당연히 이 사태의 진상을 조사하고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방송통신위원회, 법 핑계대며 방송 감독기관으로서의 직무유기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해당 민원을 넘겨받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은 지난 11일 매우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민언련이 제기한 민원을 기각하면서, “보도 공정성 및 편성규약 위반 등 방송사 내부의 논란은 방송사 내부에서 서로 갈등하고 타협하고 결국 자체적으로 스스로의 방향성을 정리해 나가야 하는 언론사 내적 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편성규약 위반여부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은 편성규약 제정‧공표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으나 편성규약 이행을 강제하거나 위반 여부를 조사하거나 처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습니다”라고 법적 근거까지 들었다.
이는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스스로의 의무과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언련은 민원서류에서 KBS의 방송편성규약 위반뿐 아니라, 방송법 위반까지 명시했다. KBS 고대영 사장의 뉴스해설 편성에 개입한 것은 방송 독립의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 제4조 2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사항이기 때문이다. 성주 시위 보도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부당한 취재 지시 역시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하고 정부 정책 공표 시 의견이 다른 집단의 주장도 균등하게 실어야 한다고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한 행태이다. 이렇게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편성규약을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엉뚱한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방송편성규약 이행을 강제할 법 규정이 없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해명 역시 변명조차 되지 못한다. 방송법 제12조는 “방송사업자의 금지행위에 대한 조사·제재에 관한 사항”을 ‘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업자인 KBS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 자체를 위반하고 방송법이 강제한 편성규약도 위반했으니 당연히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사업자의 금지행위’로서 ‘조사‧제재’를 심의했어야 한다. 이렇듯 법리만으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변명이 얼마나 조악한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저급한 변명을 늘어놓고는 “편성규약 위반 여부는 방송사 자체적으로 판단해야하는 부분”이라 손을 떼겠다고 한 대목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KBS 사측이 노골적으로 편성규약을 위반하고 사문화시키는데 KBS 스스로 무얼 판단한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들의 방송법 및 공영성 원칙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만든 정부기구이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방송법 및 방송편성규약 위반했다는 정황이 있다면 이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법 적용에 무리가 있다’ ‘방송사 소관이다’라는 태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이다. 게다가 ‘사드 보도지침’에 문제 제기를 한 기자들은 징계 절차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사드 보도지침’을 내린 고대영 사장의 발언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사드 반대 시위 ‘배후세력’ 기사 작성 지시에 문제제기를 한 기자 3명도 징계위에 회부되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경영진이 더 이상의 전횡을 저지르지 않도록 당장 중재에 나서야 한다.
KBS의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범국민집회에서 ‘너희들도 공범’이라는 국민들의 성화 속에 기본적인 현장 취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KBS 기자들은 자사를 이렇게 망가뜨린 ‘최순실-박근혜 정부’의 부역자, 즉 고대영 사장 등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있다. 국민은 지금 박근혜 정부를 불신하는 만큼, 박근혜 정부에 부역했던 KBS도 불신하고 있다. 행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마비된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더 썩어가기 전에 일선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허울뿐인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받들어 허수아비 정부의 부역자들을 청산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