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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문] MBN은 〈언더피프틴(UNDER15)〉 방송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등록 2025.03.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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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과 크레아스튜디오가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은 글로벌 최초 15세 이하 K-POP 신동 발굴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5세대 걸그룹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선공개된 티저 영상과 이미지를 보면 참가자들에게 진한 화장에 신체가 노출되는 의상을 입히고 특정한 포즈를 취하게 했으며 경쟁구도로 배치해 놓았다. 특히 59명 참가자 중 5명은 2016년생으로 만 8세에 불과하다. 프로필 이미지에는 바코드를 삽입하는 등 참가자들을 하나의 ‘상품’처럼 연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방송사와 제작진이 여성 아동·청소년 출연자들을 인권보호 대상이 아닌 ‘소비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정적 경쟁구도로 여성 아동·청소년을 이용하는 방식은 결국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상품화에 다름 아니며, 여성 아동·청소년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감동과 성장 서사를 전달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참가자들 간 극도의 경쟁과 심리적 압박을 초래한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악마의 편집’, 과장된 스토리텔링, 특정 참가자에 대한 악의적 이미지 조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언더피프틴(UNDER15)> 역시 경쟁을 기반으로 한 포맷이기 때문에 여성 아동·청소년 참가자들은 과도한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 의상 연출을 요구받거나 일정한 신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을 경험한다. 대중이 기대하는 ‘완벽한’ 무대 매너와 표정 연기를 요구받는 등 구조적 압박에 놓여 있다. 

 

참가자들을 극한 경쟁으로 내몰며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하는 것은  여성 아동·청소년 참가자들의 정서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외모와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아이돌 시장의 구조와 외모 중심의 평가방식은 여성 아동·청소년 참가자들에게 불필요한 외모 강박을 심어줄 위험도 크다. 대중문화 산업에서 여성 아동·청소년의 외모와 신체를 강조하는 방식이 성적 대상화로 이어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음에도 이를 되풀이하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퇴행이다.

 

제작진은 ‘참가자의 자발적 참여’, ‘보호자 동의’, ‘적법한 절차’ 등을 근거로 해당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의 권리와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자기결정권 및 보호자 동의를 성상품화와 착취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논리는 여성 아동·청소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송사와 제작진의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서 여성 아동·청소년을 단순한 ‘흥행요소’로 소비해온 구조적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방송사 내부에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승인하는 결정권자들이 존재한다. <언더피프틴(UNDER15)>이 MBN 프로그램으로 정식 편성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검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여성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할 위험이 있는가’라는 기본 질문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 방송사 성인지 감수성 문제를 명백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방송산업 전반에 여성 아동·청소년의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MBN은 <언더피프틴(UNDER15)> 방송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공식적으로 폐지를 선언하라.

 

하나.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는 이번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제작·홍보 행위를 전면 중단함과 동시에 방송 제작분을 완전 폐기하라.

 

하나. 방송통신위원회와 여성가족부는 여성 아동·청소년 대상 오디션·연예 콘텐츠 전반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고, 성적 대상화 및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성장과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아동·청소년의 외모와 신체를 상품화하는 대중문화 산업은 근절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온전히 해결되고 아동과 청소년이 존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행동할 것이다.

 

 

2025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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