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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 50주년] 자유언론실천은 끝나지 않은 여정입니다
등록 2025.03.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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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실천은 끝나지 않은 여정입니다” 

 

- 50년 동아투위, 한국 민주주의와 언론 개혁에 힘써

- 동아일보는 언론인 대량해직 사죄하라

- 동아투위 공식 활동 마무리, 후배들에게 과업 넘겨

 

오십년 전 오늘 새벽 동아일보에서 폭도들에게 밀려 거리로 내몰렸던 우리들은 실로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 긴 세월을 지나온 아득함과 원상회복을 통해 언론활동을 못한 통탄, 먼저 간 동료들에게 장한 언론환경을 만들지 못한 자책감이 앞섭니다. 한편으로 정도(正道)의 자유언론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뿌듯함이 50년 세월과 함께 겹쳐옵니다. 50년 전 자유언론실천 투쟁에 나섰던 30~40대 강건했던 젊은이들은 셋 중 한 분은 고인이 되셨고 살아남은 위원들은 대부분 팔십을 넘겼습니다. 특별히 오늘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50주년을 맞아 백발의 여든 안팎 평생 동지들이 천관우 선생과 송건호 선생을 앞세우고 먼저 타계한 마흔 한 분 동지들을 함께 모셨습니다.

 

1975년 3월 17일 유신정권과 동아일보의 폭거는 한국 언론사뿐 아니라 세계 언론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유신독재의 폭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에 나섰던 기자 피디 아나운서 백 수십 명이 무더기로 거리로 나앉았습니다. 우리에게 1975.3.17은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은 50년 전 술 취한 폭도들이 창문을 깨고 편집국 방송국으로 난입하던 장면을 2024년 12월 3일 계엄군이 국회 본관의 유리창을 깨부수는 장면으로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윤석열의 계엄포고령 3항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반세기 전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몸서리쳤던 우리가 그 끔찍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50년 동아투위의 길은 민주화와 자유언론실천의 여정이었고 우리는 그 길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힘썼습니다. 해직 이후 우리는 정권의 취업 방해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경찰과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체포 구속 징역 등으로 수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강제해직 후 6개월 간 지속한 출근투쟁, 2명의 동료와 10명의 동료가 구속됐던 청우회 사건과 민주인권일지 사건, 1980년 지식인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다수의 위원이 남영동에서 고초를 겪은 일 등 70~80년대 우리의 삶은 독재정권과의 투쟁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동아투위는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결성과 말지 발간, 한겨레신문의 창간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출판계로 진출한 동아투위 위원들은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지적 자양분을 제공했고, 민주화운동으로 나선 동료들은 1987년 민주대항쟁의 주역들로 활약했습니다. 동아투위는 50년 전 출범 당시 자유언론실천의 그 다짐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동아투위 결성 50년을 맞아 몇 가지 우리의 생각을 밝히고자 합니다.

 

1. 무엇보다도 그동안 우리를 성원하고 후원해준 국내외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우리 모두를 격려하고 자상하게 이끌어주셨던 김수환 함석헌 윤보선 장준하 천관우 송건호 공덕귀 이희호 박형규 김관석 강원용 계훈제 백기완 박용길 이우정 김한림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동아투위에 보내준 정신적 물질적 도움 또한 어찌 다 말로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 백지광고 사태 때 민중들이 보내준 격려광고와 해직 후 보내준 민중들의 성원은 평생의 빚이었고 우리를 버티게 해준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당시 정보당국의 올가미가 두려워 동아투위에 성금을 기탁한 후원자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못한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울러 귀찮고 성가신 일을 늘 도맡아왔던 자유언론실천재단을 비롯한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새언론포럼 등 언론 단체 후배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 모든 분들의 성원이 동아투위 50년을 지탱해 준 힘이었습니다.

 

2. 유신정권의 강압으로 우리를 강제 축출했던 동아일보의 진심어린 사과를 거듭 요구합니다. 고인이 된 마흔 한 분과 생존자 모두를 대상으로 합당한 명예회복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1975.3.17 언론인 대량 축출에 대한 해결 없이 동아일보가 어찌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정권에 굴복해 언론인 113명을 대량 해직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과 한번 없었다는 것은 역사가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강제 해직으로 우리가 겪은 수난과 평생에 걸친 울분을 가슴에 묻고 동아의 행태를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동아일보가 더욱 분발해 민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1960년~1970년대 그때 동아의 명성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3. 위정자들에게도 호소합니다.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장악에 나섰던 윤석열 정권의 말로를 보면서 다시금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는 명제를 확인합니다. 우리를 쫓아냈던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이나 신군부의 총칼로 언론을 옥좼던 전두환 정권이나 그 끝은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교훈임을 위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행 방송 관련법은 조속히 개정되어야 합니다.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정치권 모두가 한마음으로 방송 관련법의 개정에 나서 줄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이 황폐화 되는 흑역사를 언제까지 반복해야겠습니까.

 

4.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는 오늘 결성 50주년 행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50년 동안 매년 3월 17일 동아일보 앞에서 열었던 규탄 집회는 더 이상 열지 않습니다.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기념식과 안종필언론상 시상은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가 주관해 이어나갈 것입니다. 이제 동아투위는 영원한 동아투위로 남아 후배들의 자유언론실천 투쟁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동아투위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3월 17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