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극우에 굴복한 KBS, <추적 60분> 방송으로 시청자 알 권리 보장하라‘파우치’ 박장범 체제 KBS가 <추적 60분> ‘계엄의 기원-2부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성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그 자리에 미처 내용 확인도 못한 <다큐 온 3·1절 기획> ‘잊혀진 독립운동가 태극기’를 대체했다. 극우세력의 비난이 두려워 제작 자율성을 무참히 짓밟고, 사회 문제를 고발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 1월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에 대해 끊임없는 수정 요구로 방송을 난도질하더니, 이제는 편성규약을 무시하고 방송 자율성을 파괴하는 행태가 KBS 사측의 일과가 된 것인가.
이번 <추적 60분>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확산한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의 실체를 쫓는 내용으로 ‘중국인 간첩 선거 개입설’과 ‘선거관리위원회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 등을 집중 검증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시청률 6% 이상을 기록한 2월 21일자 ‘계엄의 기원–1부 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후속이다. 1부는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일부 윤석열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했다며 KBS 온라인 게시판에 항의를 쏟아냈다.
KBS 사측은 3·1절 기획 다큐멘터리가 잘 만들어져 앞당겨 편성한다고 주장했지만, 3·1절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를 앞둔 상황에서 집회세력을 자극해 KBS가 물리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정작 다큐제작 PD가 입고하기도 전인 외주제작 영상을 ‘대체 무엇을 보고 평가했냐’고 따져 물었지만, 편성국은 <추적 60분> 편성시간인 2월 28일 밤 10시와 본방송 시간인 3월 1일 오전 11시, 두 차례 3·1절 기획 방영을 강행했다.
KBS 편성규약 제6조는 취재·제작 책임자의 권한과 의무로 실무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것과 구체적인 취재 및 제작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제7조는 취재·제작 실무자의 권리와 의무로 편성·보도·제작상 의사결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갖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직업적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KBS 사측은 2024년 2월 <다큐 인사이트> ‘세월호 다큐’ 불방, 2025년 1월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사전검열 논란에 이어 <추적60분> 편성을 일방 삭제하며 방송 독립성, 실무자의 취재·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파우치’ 사장 박장범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눈치를 보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극우세력 심기경호 방송으로 KBS를 전락시킬 것인가. 극우세력 난동이 무서워 제작 자율성마저 내팽개쳤다는 헛소리를 이해할 국민은 없다.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방송 독립성을 무너뜨린 KBS 사측은 구차한 변명은 그만하고 편성삭제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라.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극우세력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내란 정국을 극복할 민주적 공론장을 지켜내는 것이다. KBS 사측은 <추적60분> ‘계엄의 기원’ 2부 편성 날짜를 조속히 확정하여 시청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2025년 3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