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반복되는 언론계 단톡방 성희롱 사건, 언론의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등록 2024.07.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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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단체대화방 성희롱 사건이 또 일어났다. 취재정보 공유 명목으로 개설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남성기자 3명이 다수 언론인과 정치인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해온 사실이 미디어오늘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대상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고, 동료기자와 취재원 여성정치인도 성희롱 언설에 올랐다. 심지어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성적 욕설을 주고받았다.

 

당사자도 모르게 성적 모욕으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훼손한 행위도 심각하지만, 이들이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회문제를 비판·감시해온 기자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일상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온 이들이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가해 기자들이 소속된 뉴스핌, 서울신문, 이데일리는 보도 직후 업무를 정지하고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같은 날 해임을 결정했다. 언론사의 이례적 대응은 개중 다행이다. 하지만 서울신문처럼 신속한 처벌로 이어질 지는 지켜볼 문제다. 뉴스핌과 이데일리 기자는 사건이 알려지자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심지어 이데일리는 퇴직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징계절차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언론계 단체대화방 성희롱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남성기자 4명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성기자들의 실명을 비롯해 매체와 외모 등을 자세히 언급하며 성희롱한 2017년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와 함께 불법촬영물·음란물·성매매 업소정보를 공유한 2019년 ‘언론인 오픈채팅방 성희롱 사건’ 등이 계속돼 왔다. 유사한 사건이 반복된다는 것은 일부 기자의 일탈이 아닌 언론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임을 뜻한다.

 

이번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언론계 일각의 비뚤어진 성인식, 낮은 젠더 감수성, 느슨한 대응이 만들어낸 ‘예고된 참사’로 보는 이유다. 2017년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 가해자 4명은 사건이 드러난 지 고작 두 달여 만에 다시 기사작성을 시작했다. 2019년 ‘언론인 오픈채팅방 성희롱 사건’은 검찰이 피의자 대부분에게 기소유예 또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마치 없었던 일인양 유야무야됐다. 물론 중징계 처분은 한 명도 없었다. 이밖에도 언론내부에서 각종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다수 언론은 이를 외면하거나 관련 보도를 회피하기 일쑤다. ‘언론 애완견’ 발언에 그리 발끈하던 언론 아니었던가.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언론이 어떻게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개선을 말할 수 있겠는가.

 

성범죄 연루자들이 계속 기자로 활동한다면 언론인과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이번 사건 남성기자들이 소속된 뉴스핌, 서울신문, 이데일리는 반드시 가해자를 일벌백계하고 독자와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라. 언론계 전반의 각성도 필요하다. 수많은 윤리강령과 실천요강, 보도준칙 등이 있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쓸모없다. 언론 스스로 성인지 감수성을 점검하고 제고방안을 제시하라. 언론인단체와 현업단체도 책임감을 갖고 성찰과 더불어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

 

2024년 7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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