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동논평] 정부여당 비판보도 제재수단 ‘공정성’ 심의 개선해야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정부여당에 비판적 보도라면 신속심의 안건으로 올려 제재를 가하는 정치심의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 긴급재난, 중대공익 침해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중대 사항에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할 신속심의가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6월 25일(화) 제22차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4월 11일 ‘JTBC 뉴스룸’이 보도한 총선 직후 외신 반응 중 일본 관방장관 인터뷰 일부를 인용보도하면서 자막을 잘못 내보내 객관성 위반이라는 민원 제기에 대해 전차에서 의결보류한 사안 △4월 24일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3법 재입법 촉구대회를 보도하면서 일방의 주장만 내보내 공정성 위반이라는 민원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각각 권고 의결했다. 두 안건 모두 정부여당에 비판적 보도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아니라 신속심의 안건으로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비록 법정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정부여당에 불리하거나 비판적 보도에 대해 반복해 신속심의 안건으로 부의하고 심판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방송사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언론이 정권비판 보도를 회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동안 부의한 신속심의 안건들이 과연 기준과 절차에 부합하는지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의적, 편파적 신속심의 절차는 반드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권 추천 위원 3인(김우석·이정옥·허연회) 제의로 신속심의 절차에 부의된 ‘MBC 뉴스데스크’ 방송3법 재입법 촉구 결의대회 보도의 경우 기계적 공정성 심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정옥 위원도 인정했듯 시간상 한 프로그램 내에서 서로 대립하는 입장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 공정성은 매체별‧채널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서도 준수 여부에 관한 심사강도가 달라야 한다. 한 프로그램 내에서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판례도 있다. 그럼에도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문재완 위원, 황성욱 위원, 이정옥 위원은 MBC가 다른 입장을 내보내지 않은 것은 공정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소위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방미기간인 2023년 4월 24일~28일 진행된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신성원의 뉴스브런치’, ‘최영일의 시사본부’, ‘주진우 라이브’, ‘김성완의 시사야’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서도 패널구성 공정성 위반으로 각각 행정제재를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대통령 방미기간 중 일부 공영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패널 구성이 불공정하다는 언론단체 등의 발표가 있었다”며 “KBS와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불공정한 패널 구성은 오랫동안 지속된 고질적 문제이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시급히 시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심의요청 공문을 보내 이뤄진 신속심의다. 국민의힘이 언급한 언론단체는 보수성향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와 공정언론국민연대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패널구성 공정성만 갖고 심의한 사례는 정치‧편파‧월권심의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유일하다. 방송심의규정에도 패널구성에 대한 공정성 규정은 없다. 비슷한 패널구성의 공정성 문제로 민원이 제기된 TV조선 프로그램 9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에서 각하했다는 윤성옥 위원의 지적처럼 심의규정에 없는 사안이라면 사무처 차원의 각하가 마땅하다. 개별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으로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 추정할 수 있다고 하나 사실상 토론주제나 쟁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패널구성 자체를 갖고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법원은 방송심의제도가 민주주의 사회 방송의 공적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나 방송사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스스로 표현행위를 자제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심의에 신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론장을 왜곡시켜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7월 22일로 임기가 끝나는 류희림 위원장은 역대 최악의 편파, 불공정 심의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뢰를 추락시킨 장본인이다. 학계에서조차 합의된 정의를 마련하지 못한 공정성 기준으로 권력비판 및 의혹제기 보도를 제재하는데 공적 심의기구를 악용한 전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도 공정성 심의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2024년 6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참여연대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