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동논평] ‘날씨예보1’중징계 선방심의위 편파·월권심의 결정판이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 사안에 ‘떨이식 심의’가 웬 말, 백선기 위원장 스스로도 인정한 월권심의 반드시 책임 물어야
등록 2024.04.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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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4) 제22대 국회위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백선기, 이하 ‘선방심의위’)는 13차 정기회의에서 <MBC뉴스데스크> 날씨 코너에서 그날 미세먼지 농도 소식을 전하며 파란색 숫자 ‘1’ 그래픽 영상을 내보낸 MBC에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번 미세먼지 농도 1 그래픽 영상에 대한 선방심의위의 중징계 의결은 그 누가봐도 억지에 가까운 심의다. 중앙선관위조차 선거와 관련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보도에 심의위원들 각자의 자의적 잣대와 해석을 갖다 붙이며 선거방송의 공정성 심의라는 선방심의위 설치 취지를 몰각한 것은 물론이고,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한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날씨예보 미세먼지1> 보도가 선거방송 심의대상인지도 따져 물어야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소위 전문가라고 자청하는 위원들 개개인의 심의 자질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위원들은 날씨예보에서 통상 쓰는 ‘극값’ 표시를 왜 “나쁨, 보통, 좋음’으로 하지 않았냐고 질책하는가 하면, 환경부가 맑은 날 표시에 쓰는 파란색에 대해서도 특정정당 기호를 연상했다는 자의적 느낌을 바탕으로 왜 1을 부각해서 썼냐고 따져 물었다. 스트레이트 뉴스를 진행하며 방심위 비판 보도 다음에 왜 바로 선방심의위가 갑자기 들어갔냐며 따지기도 했다. 이쯤되면 모든 방송보도의 문장 하나하나, 화면 색상, 순서 등 스크립트에 대해 보도지침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송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도프로그램의 속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심의가 아닐 수 없다. 김문환 위원은 ‘MBC가 언론노조 산하 구성원에 의해 굴러간다고 생각한다’며 언론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이고 민주노총은 민주당과 특수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냐 물었다. 여기 더해 “선거운동 시점에 1이라는 숫자를 저렇게 크게 내세워 뉴스에 내세웠다는 것은, 특정정당에 유리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상식이라며 MBC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일반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 선방심의위는 18번의 법정제재를 의결했으며, 이 중 MBC에 대한 법정제재만 11번,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는 이번 건 포함 8번이다. 공정성, 객관성 위반이 주요 징계 사유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여하가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잣대이고 학계에서조차 단일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선방심의위가 휘두르는 칼날의 대표적인 근거가 되고 있으며, 칼날의 표적이 주로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및 특정 방송사에 집중되어 있다. 게다가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는 특정정당인 경우가 많다. 선방심의위가 편파, 표적 심의 및 여당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번 13차 심의 안건들도 마찬가지였다. <방심위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 심의, MBC만 과징금>보도, <대통령 거부권 대신 재의요구권 표현 언론사 비판>보도, <[단독] 윤 대통령 장모 ‘3·1절 가석방’ 추진··이달 말 결정>보도, <짜깁기 추정 윤 대통령 ‘가짜 영상’ 확산··방심위 “긴급 심의”>보도,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입 관련 총선 후보자에 질의> 보도 등이 심판대에 올랐다. 이 방송들이 어떻게 선거방송심의 대상일 수 있는 것인가. 선방심의위 의원들은 거듭해서 “선거방송의 정치적 중립성ㆍ형평성ㆍ객관성 및 제작기술상의 균형유지와 권리구제 기타 선거방송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대상이 과연 이 기준에 적합한 안건인가? 이에 대해서는 백선기 위원장조차 “우리가 방심위 하부기관으로 오해받는다”면서 사무처에 “절대로 방심위에서 하는 걸 선방심의위로 가져오지 말 것”을 “위원장으로서 부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위원장이 보기에도 선방심의위 안건이라고 할 수 없는 사안을 선거방송 공정성 잣대로 심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MBC에 대한 중징계 의결 안건에는 2024.2.27. <MBC 날씨> 외에도 2024.2.20. <방심위, ‘바이든·날리면’ 보도 심의··MBC만 ‘과징금’> 보도, 2024.2.20. <방청까지 제한··“정권 눈 밖 언론 표적 심의”> 보도, 2024.2.20. <“비판 언론에 대한 심의 테러··법적 대응”> 제하의 보도, 2024.2.27. <후속 보도에도 ‘제재’··야권 위원 “방심위가 보도 통제”> 보도, 2024.2.20. <의사 수, 필수·지역 의료··쟁점마다 ‘평행선’>보도, 2024.2.29. <‘청부민원’은 늑장수사··제보자 색출은 전광석화> 보도 등 8건이 함께 한개의 안건으로 올라가 있었다. 한 방송사의 재승인·재허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심의라면 면밀한 검증과 논증, 의견진술자의 의견까지 충분히 듣고 토론과 심사숙고를 거듭하여 제재를 결정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이날 선방심의위는 최종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도 서로 다른 내용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올려 마치 ‘떨이’하듯 심의했다. 의견진술자의 진술이나 찬반 토론 전에 이미 중징계라는 답을 정해놓지 않고서야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다.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일 수 있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근거로 한 심의가 최소심의에 그쳐야 한다는 전제는 이로 인한 위축효과, 자기검열 강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중대한 민주주의 가치를 침해할 수도 있는 심의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총선 선거일까지 5일 남짓 남았다.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는 지난 2023년 11월 12일부터 시작해 선거일 30일 뒤인 5월 10일까지 활동한다. 지금까지 약 5개월 동안  22대 선방심의위는 역대 최다 법정제재 건수인 18건을 달성했다. 선거방송의 공정성 보장이라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에 집중된 것은 물론이고 선거방송이라고 볼 수도 없는 보도에조차 심의의 칼날을 들이대 법정제재를 남발했다. 차라리 여당의 선거운동기관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정직할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를 안붙였다고 제재한 후 많은 언론사들이 ‘여사’를 붙여 쓰고 있는 등 선방심의위 심의는 언론에 위축효과를 가져왔다. 선방심의위가 노린 것이 이것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역사의 오래 경험에서 언로를 억누르고 국민을 위협한 정권은 오래 가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권력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중징계로 철퇴를 가하고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난도질하는 데 앞장선 22대 선방심의위에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2024년 4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참여연대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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