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법 위반 몰라 송구”, 언론은 왜 검증 안 하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법 위반 몰라 송구”, 언론은 왜 검증 안 하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원장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9월 19일과 20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증여세 탈루 의혹 등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몰랐다”, “송구하다”는 답으로 일관했지만, 상당수 언론이 이 후보자 답변을 비판 없이 단순 전달하는 등 공직 후보자 검증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는 처가 운용 회사의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에 대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변경된 사실을 몰랐다”, 유학 중인 자녀에게 5년간 송금하며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도와주는 정도의 생활비라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자가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서, 야권은 물론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자격 미달’,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명백히 위반한 데다 현직 법관이 ‘바뀐 법령을 몰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검증 보도가 절실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9월 19일부터 24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4사의 방송 뉴스, 인사청문회 둘째 날인 9월 20일부터 25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지면 기사를 대상으로 이 후보자 청문회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언론은 검증하고 물어야 할 질문 대신, 또다시 정치 혐오를 키우는 보도만 양산했다. 신문과 방송 보도 대부분이 공직자 검증과 거리가 먼 여야 공방에 치우쳤다. 인사청문회 내내 이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대해 “몰랐다”, “송구하다”를 반복하며 함량 미달의 답변을 이어갔지만,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와 TV조선, 채널A, MBN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를 제외한 매일경제, 한국경제와 TV조선, 채널A, MBN은 이 후보자가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잘 몰랐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사실을 전혀 전하지 않았다.
MBC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에서는 “대법원장 장기공백 우려”, “30년만의 대법원장 공백 현실로”, “30년만의 대법원장 공석…연말까지 갈수도”, “이균용 대법원장 부결 땐 30년 만의 ‘공석’” 등의 제목으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사법부 공백 상황을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생기면 사법부 혼란은 불가피”하므로 “국회가 ‘대법원장’ 자리의 무거움을 헤아려 줘야 한다”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대통령실 관계자 목소리를 전했다. 현직 법관이자 대법원장 후보자가 법을 어기고 ‘법을 몰라서 그랬다’는 안일한 변명을 내놓음에도, 중대 결격사유를 지적하고 검증하는 대신 ‘빠른 임명’을 편드는 언론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사법부 혼란을 우려하기에 앞서 대법원장 후보자 검증 의무를 다해야 한다. 공직 후보자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이다. 대법원장 공석으로 사법부 혼란이 초래되는 것보다 언론이 후보자 검증을 다하지 않아 자격 미달의 부적격 인사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는 것은 더욱 우려되는 일이다. 언론은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라.
2023년 9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