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김의철 사장 해임 만행, 정권의 공영방송 파괴행위 이젠 멈춰라윤석열 정권은 지난 7월부터 반쪽도 안 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앞세워 법과 절차도 무시한 채 공영방송 KBS 이사진을 막무가내로 교체했다. 그러더니 여권 우위로 바꾼 KBS 이사회를 들러리 삼아 사장 해임에 나섰다. KBS 이사회는 9월 12일 여권 이사 6명 찬성으로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여권 이사들이 8월 28일 해임제청안을 제출하고, 8월 30일 해임제청안을 안건 상정한 지 보름 만의 일이다. 8월 30일은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 기술자’ 이동관 씨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한 날이었다.
9월 6일과 11일, 두 번의 이사회 임시회의에서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에 대한 찬반토론과 서면청문을 진행했지만 그조차 요식에 불과했다. 김효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두 명만의 일방적 표결에 의한 이사 해임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정권 입맛에 맞춰 사장까지 재편하는 대대적인 KBS 물갈이는 해임 의결 당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본격화됐다.
김의철 사장 해임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KBS 장악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대통령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윤석열 이사 해임(7월 12일)과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보궐이사 추천(8월 9일), 남영진 이사장 해임(8월 14일)과 황근 선문대 교수 보궐이사 추천(8월 21일)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며 지금의 파국을 예고했다. 가히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수준의 폭주다.
KBS 사장 해임과 같은 주요 사안을 여권 이사들이 기습 상정하고, 그들만의 비공개 밀실논의로 강행한 것 자체가 심각한 하자를 안고 있다. 여권 이사들은 김의철 사장 해임 사유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방만 경영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초래 및 무대책 ▲KBS 내 사장 리더십 상실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노사 합의 강행 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장이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해임 사유에 오른 것도 우습지만, 편파방송이니 리더십 상실이니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공영방송을 흔들려는 무도한 행위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 더군다나 KBS 공적 재원을 급감시켜 경영 위기를 가속하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정권 주도로 이뤄진 공영방송 탄압의 증거 아닌가.
여야가 바뀔 때마다 반복된 KBS 사장 해임의 역사적 퇴행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대법원은 2008년 정연주 전 사장, 2018년 고대영 전 사장 등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인해 벌어진 공영방송 KBS의 사장 해임을 모두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방송탄압의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강압적 사장 해임이 다시금 눈앞에서 벌어졌다.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 이사를 내리꽂고 이사회를 재편해 사장을 몰아내는 공식이 다시 적용된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의 임기는 공영방송 독립성·공정성·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법원은 9월 11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법률에 규정된 이사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방송의 독립성·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법원의 상식적인 판단이다.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고지 쟁탈은 중단돼야 한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전리품도 홍보수단도 결코 아니다. 공정한 보도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공적 자산이다. 윤석열 정권과 집권여당은 인사권을 손에 쥐고 주인 행세를 하며 공영방송을 탄압할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이 책무와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제도부터 정비하라. 이를 위해 국회는 본회의에 부의된 방송3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라.
2023년 9월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