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정지 결정을 환영한다법원은 상식적 판단으로 민주주의 지켜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정지 결정을 환영한다
법원은 상식적 판단으로 민주주의 지켜라
공영방송 이사진 및 방송·미디어 기관 임원에 대한 강제 해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권의 언론장악 폭주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9월 11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해임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지 20여 일만이다. 우리는 지극히 정당하고도 상식적인 법원의 이번 판단을 환영한다.
하지만 같은 날 남영진 KBS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처분 효력정지는 기각했다. 각기 재판부가 달랐던 두 결정에서 법원은 권 이사장의 해임의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봤지만, 남영진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본안소송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송·미디어 기관 임원의 대량 해임을 낳은 오늘의 사태는 독립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한상혁 전 위원장 직권면직처분 중지 및 효력취소 가처분을 기각한 법원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법원의 결자해지가 필요했지만, 재판부에 따라 엇갈린 결정으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권태선 이사장 해임정지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2~3개월 남짓한 시간에 무도하게 해임한 방송계 인사들의 해임(해촉)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본안 취소 소송이 잇따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KBS 윤석년 이사, 방송통신심의원회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 EBS 이사회 정미정 전 이사 등이 행정법원에 해임(해촉) 취소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송·미디어 기관 임원에 대한 무더기 해임은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태라고 할 정도로 법과 절차조차 무시된 채 빠른 속도로 강행됐다. 5월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시작으로 윤석년 KBS 이사(7월 12일), 남영진 KBS 이사장과 정미정 EBS 이사(8월 14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8월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8월 17일), 정민영 위원(9월 8일) 등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연달아 해임했다. 권태선 이사장 해임처분 효력정지 판결이 난 당일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대한 해임 청문을 강행했다. 모두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핵심 원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독재정권에서나 볼 법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시행령 정치’, 자의적 임면권 행사로 시민의 소중한 자산인 공영방송 제도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 이를 막아세울 책임은 입법부와 사법부에도 있다. 특히 법원은 반헌법적 방송장악을 견제할 수 있는 보루다. 앞으로 이어질 소송과 가처분 등에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3년 9월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