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기자회견문] 국회는 방송독립법(방송3법 개정안) 처리하라!
등록 2023.09.0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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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시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시작됐던 공영방송 장악의 역사가 십수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권에 의해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불법적 언론인 해직과 보도・편성 개입에 맞서 피와 땀으로 파업하고 투쟁했던 언론인들과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행태를 비참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으로 시동을 걸더니 별다른 근거도 없이 공영방송 이사들을 무더기 해임했고, 이제는 공영방송 사장들을 해임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동관, 이진숙, 차기환 등 보수정권의 언론장악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거나 극우적 언행으로 공영방송을 혼탁하게 만들었던 인물들로 채우고 있다.

 

왜 언론장악의 역사는 반복되는가. 이 모든 사태의 뿌리에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여당 추천 몫이 전체 이사 수의 3분의 2 가량이 되도록 관행화 되어있는 현행 공영방송 이사 선임제도는 정권을 잡은 정치 세력의 방송 장악을 위한 도구가 되어 왔다. 이사회는 사장의 임명 제청을 할 수 있기에 정권이 바뀌면 친정권 성향으로 이사회 구성이 바뀌고, 사장을 필두로 방송사 내부의 정파적 인사가 단행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방송 장악에 이 제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면, 문재인 정권이 제도 개혁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면서 이 제도는 살아남았다. 윤석열 정권이 경로의존적으로 방송 장악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제도적 문제는 제도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하여 5만명 시민들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송3법 개정안을 국회에 보냈다. 공영방송 이사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 시청자위원회, 학계, 현업언론단체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그 골자다. 이제 국회가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는 이 법안을 상정하고 처리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정치권의 공영 방송 장악과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반복되어왔던 퇴행의 악순환을 이제 끊어내야 한다.

 

정부 여당은 들으라. 방송 장악에 혈안이 되어있는 정부 여당은 국회 법사위를 활용한 법안 처리 지연 전략을 펴는 동시에, 오히려 방송법 개정안이 야당과 언론노조 등의 방송장악 야욕을 반영한 법안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국회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토론하고 논쟁하며 입법하는 곳이 아닌가? 방송・언론의 독립과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국민들이 직접 청원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몽니를 부릴 것이 아니라 토론과 타협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헌법기관으로서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지금이라도 정파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대표로서 방송 독립을 열망하는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라.

 

야당에게도 요구한다. 여당이었던 시절, 공영방송 제도 개혁의 적기를 놓친 과거를 뼈저리게 반성하라. 작금에 방송 자유의 역사가 후퇴하고 있는 데에는 당신들의 책임도 크다. 그리고 시민과 언론인들이 마련해준 이번 기회는 결코 놓치지 말라. 당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방송독립법 처리를 완수하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제도화하라. 마지막으로 국회의장에게 요구한다. 정권의 시행령 통치와 대통령의 거부권 폭주 앞에 국회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있으며 그 책임은 국회의 수반인 국회의장에게 있다. 엉거주춤한 태도를 걷어치우고, 입법부의 대표자로서, 방송독립법 처리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2023년 9월 6일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