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신문 부수조작 면죄부 준 부실수사, 누가 진상규명 막고 있는가
등록 2023.09.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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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부수조작 면죄부 준 부실수사, 누가 진상규명 막고 있는가

 

경찰은 8월 28일 조선일보와 한국ABC협회 등이 사기·업무방해 및 국가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된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수사 종결했다. 국내 유일 유료부수 인증기관이었던 ABC협회 간부의 공익제보를 통해 드러난 ‘신문 부수조작 사건’이 2년 5개월 넘는 시간만 끌고 결국 면죄부만 준 부실수사로 끝났다. 이로써 비닐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전 세계로 헐값에 폐지가 되어 수출되는 ‘계란판 신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이렇게 조작된 신문부수를 근거로 정부광고비를 산출하고 각종 보조금을 타온 언론사 부조리를 바로잡을 기회를 또 다시 놓쳤다.

 

신문 부수조작 문제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 신문사들과 유료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가 유료부수 산출에 쓰이는 ‘성실률(ABC협회가 조사한 유료부수/신문사가 신고한 유료부수)’을 두 배 가량 부풀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러났다. 박용학 한국ABC협회 전 사무국장은 2020년 11월 26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ABC협회 부수조작 문제를 공론화했다. 사건 당시 정부광고법은 정부광고료를 매길 때 정부기관이 직접 매체 발행부수를 조사하는 대신 ABC협회 부수공사 자료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해 신문사들이 유료부수를 조작해 국민세금으로 지출되는 정부광고료를 과다 지급받고, 발행부수에 따라 지급되는 뉴스유통지원 보조금을 편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조선일보 지국 6곳과 본사까지 압수수색했던 경찰은 “조선일보가 ABC협회 부수공사 규정에 따른 유료부수가 아닌 전국 지국에 판매한 지대 부수를 토대로 산출한 내역을 유료부수 현황으로 보고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유료부수를 조작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수사 종결했다. ‘규정과 다르게 결과를 산출해 보고’한 것을 우리는 조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가? 고의로 발견하지 않은 것인가?

 

오랫동안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신문 부수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예의주시해왔다. 2020년엔 조선일보가 방상훈 대표 등 사주 이익을 위해 자회사 조선IS에 부당거래를 강요하고, 이에 불응한 임직원 퇴사를 강요한 갑질 등을 공공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에도 관련 내용을 적극 알렸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해 무혐의 처분했고,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2021년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신문 부수조작 의혹 사건도 8월 9일 불송치가 결정되면서 이번 무혐의 종결을 예고했다.

 

미디어환경 변화로 뉴스소비 경로가 늘어나고 정부광고가 사실상 최대 광고주이자 언론사 지원수단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신문 유료부수가 결정적 지표가 된다면 신문사들은 부수 부풀리기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8년에도 ABC 부수조작 의혹이 폭로됐지만 근절되지 못하고 암암리에 지속되다 2021년 같은 사건이 불거진 이유다. 이번엔 정권의 비호를 받아 어물쩍 넘어가는 것 같지만 ‘권불십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속인 권력은 반드시 심판받아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2023년 9월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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