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효재 대행 ‘방송파괴위원회’ 2개월, 방송통신위원회 영원한 흑역사로 남을 것김효재 대행 ‘방송파괴위원회’ 2개월, 방송통신위원회 영원한 흑역사로 남을 것
“합의제 정신을 살려 숫자로 결정되는 일이 없길 바라는 희망 있는데 결국 숫자로 결정됐다. 숫자로 결정되는 일이 맞는 것이냐.” 2020년 11월 13일, 600억원대 자본금 불법충당과 회계조작을 저지른 MBN에 대해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졌을 때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이 처분이 너무 무겁다며 한 말이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김효재 위원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강제 해임된 자리를 꿰차고 앉아 그토록 강조했던 ‘합의제’ 정신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두 달 만에 공영방송 이사장 두 명에 이어 이사 두 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임하는 민주화 이후 최악의 방송장악 폭거를 저지른 뒤 8월 23일 그 불명예스러운 임기를 마쳤다. 가히 ‘불신받는 언론사 1위’로 꼽히는 조선일보 출신다운 처신이라 할 수 있겠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후 6명의 방송통신위원장이 거쳐 갔지만, 김효재 직무대행처럼 짧은 시간에 언론 생태계를 망친 인사가 없다. 5월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점수 조작’이라는 음모론적 감사결과를 이유로 강제 해임되고, 윤석열 정권이 야당 추천 최민희 방송통신위원 임명을 미루는 사이 여2 야1 구도가 된 방송통신위원회는 김효재 직무대행 주도로 ‘방송장악위원회’를 넘어 ‘방송파괴위원회’로 변질됐다.
7월 5일에는 사회적 합의를 깨고 극우 유튜버들이나 할 법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들어 수신료 분리징수를 일방 강행했으며, 7월 13일 KBS 윤석년 이사부터 시작해 불과 1개월 반 남짓 동안 남영진 KBS 이사장, 정미정 EBS 이사,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잇따라 해임했다. 가장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마수를 뻗쳐 ‘직원들과 점심을 1시 30분까지 먹었다’는 황당한 이유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해임했다.
김효재 위원은 그 임명부터 문제가 많은 인사였다. 2012년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폭로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사건’에서 돈봉투를 전달한 사람으로 확인돼 불명예 퇴임한 비리 정치인 출신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주도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있었는데, 최구식 의원에게 수사 정보를 흘린 혐의도 받았다.
돈봉투 혐의는 2012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이 확정됐고, 디도스 혐의도 2012년 12월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형이 확정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명박 씨가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 직전 단행한 특별사면에서 사면됐다. 그 이후로도 정치권을 기웃거리다 2020년 마침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방송통신위원에 발탁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0년 7월 29일 5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김효재·김현 위원에 대한 임명 거부권 행사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위원장은 법조인, 상임위원 4명 중 3명은 전직 국회의원, 1명은 언론학자인 방통위 구성이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부족하고 정치 후견주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우려대로 5기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적으로 표류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규제 완화’ 일변도 정책으로 퇴보하더니 정권교체 후 독립성을 지키는데 실패하며 파국적인 결말을 맞았다.
6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을 앞둔 지금은 방송통신위원의 전문성과 자질 부족을 지적하는 것마저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인생 자체가 법치주의를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김효재 직무대행의 폭거와 앞으로 방송통신위원이 되어 더 지독한 방송장악을 보여줄 이동관 후보자와 이진숙 내정자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낱 ‘독재 실행기관’으로 전락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언론탄압 폭주를 당장 멈추고, 국회는 정권교체마다 반복돼온 방송장악 논란을 종식시킬 제도 재설계에 적극 나서라.
2023년 8월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