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공영방송 위축시키는 ‘수신료 분리징수’ 저질 포퓰리즘, 공론화부터 다시 하라
등록 2023.06.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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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위축시키려는 ‘수신료 분리징수’ 저질 포퓰리즘

윤석열 정부는 수신료 공론화부터 다시 하라

 

윤석열 정부가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다. 상위법 취지를 무력화해온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는 이번에도 악용됐다. 조작된 여론을 빌미 삼아 정부·여당 측 방송통신위원 2명만의 의견으로 입법예고를 강행하고, 공영방송 수신료의 정당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뒤집었다.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을 제도로 보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스스로 존재가치를 날려버린 것이다.

 

수신료 납부 의무 그대로, 행정비용만 증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번 시행령 개정이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엔 아무 변화가 없다. 되레 한국전력 공과금시스템을 이용해 징수하던 수신료를 KBS가 별도로 징수하면 그 비용만 대폭 늘어나게 된다. 한국전력에 위탁징수로 들인 행정비용은 전체 수신료의 10% 수준인데, 분리징수하면 과거처럼 33%로 증가할 수 있다. 즉, 수신료 분리징수는 소모적인 행정비용만 늘릴 뿐 국민부담 경감이나 경영효율화와 하등 상관없다. KBS의 공적 자금줄을 죄어 공영방송을 위축시키려는 저질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정쟁으로 삼아 국민 의사를 무리하게 왜곡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대통령실은 3월부터 한 달간 중복투표와 반복 댓글작성이 가능한 ‘국민생각함’ 시스템을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객관성과 신뢰성에 명백한 하자가 있는 온라인 찬반투표에서 ‘97% 찬성’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공영방송 재원정책을 개편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졸속이자 국민 참여와 공론 형성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꼼수다.

 

대통령 권한을 악용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무력화시킨 행태는 또 어떤가. 방송통신위원장을 검찰 기소만으로 강제 해임하고 야당 추천 인사는 각종 핑계로 임명을 지연해 억지로 여야 2:1 의결구도로 만들었다. 이도 모자라 방송·통신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는 감사원 출신 인사를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꽂아 넣어 야당 추천 방통위원을 패싱하고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도 40일에서 10일로 일방적으로 단축시켰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 후견주의 구속 끊어낼 때

 

정권이 수신료를 내세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공영방송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방송을 그저 정권의 나팔수로 삼으려는 정치 후견주의가 여전히 만연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거대 양당은 번갈아 수신료 폐지 또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꺼내며 방송 독립을 위협해왔다.

 

공영방송 재원인 수신료는 우리나라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 EBS의 존립 근거다. 재난보도와 보편적 교육의 기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보 인프라 제공 등 공익적 방송서비스를 제공해온 공영방송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다. 공영방송의 위축은 곧 방송콘텐츠의 질적 저하와 공적 책무 수행의 약화로 이어지고, 국민 편익 감소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 후견주의의 구속을 단호히 끊어내고, 공영방송 역할 정립과 수신료 중심의 공영방송 재정 안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당장 중단하고, ‘온라인 여론조사’ 따위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묻는 진정한 의미의 공론화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가치 실현과 국민 편익에 충실한 명실상부한 국민의 방송으로 공영방송을 거듭나게 하는 길이다.

 

2023년 6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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