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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투위 48주년 성명] 끔직한 과거로 돌아가는 '언론의 자유'끔찍한 과거로 돌아가는 ‘언론의 자유’
-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48주년 성명 -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가 올해 결성 48주년을 맞는다. 1975년 3월 6일은 조선투위 기자들이 유신독재에 의해 박탈당한 언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독재정권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한 언론을 구하기 위해 궐기한 날이다. 당시의 조선일보는 군사독재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여 권력이 지시하는 대로 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있는 사건을 없는 사건으로, 큰 사건을 작은 사건으로, 작은 사건을 큰 사건으로,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이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기자로서의 양심의 괴로움 때문에, 언론인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가책 때문에 기자들은 기자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신문을 올바로 만들자고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조선일보는 무슨 짓을 했던가? 언론의 자유를 위해 기자들과 함께 싸우지는 못할망정 독재 권력과 손잡고 32명에 이르는 기자들의 목을 잘라 무자비하게 언론현장에서 추방해버린 것이 조선일보였다. 언론의 역사에서 보기 드문 기자 대(大) 학살이었다. 그러고도 조선일보는 이제까지 한 번도 자신의 죄과를 사죄한 적이 없으며,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부끄러움을 모르는 채 지금도 여전히 언론의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오늘의 조선일보가 언론의 책임을 팽개친 채 자사의 정파적 이익을 좇아 거짓 편파보도를 일삼으면서 여론 조작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타락한 언론, 사악한 언론의 원흉으로 국민들의 규탄과 공격의 표적이 되어 있다.
언론탄압은 반세기 전의 군사독재시대에나 있었던 일인가? 저 어두운 시대의 망령이 다시 나타나 여기저기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끔찍한 과거로 되돌려놓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잇따른 언론탄압이 바로 그것이다. 그 사례 중의 하나가 문화방송(MBC)에 대한 박해다. 작년 9월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MBC가 보도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보도가 악의적이었다는 것이다.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MBC 취재기자와 고위 간부 4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하더니 MBC에 광고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광고 탄압성’발언이 이어졌다. 그 뒤 MBC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취재거부 사태가 일어났고 마침내는 MBC 민영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MBC 민영화는 오랜 전통을 가진 한 공영방송의 죽음을 뜻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MBC를 맹렬히 공격하면서 문제의 발단이 된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 명쾌한 해명을 내놓은 바 없다. 정부에서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사람들이 60퍼센트가 넘는다는 여론 조사도 있다. “내 귀엔 ‘바이든’으로 들리는 걸 어떡하느냐, 내 귀를 압수수색하라”는 댓글까지 달리고 있다. 이 ‘중대한 진실’의 문제를 왜 언론은 아직까지도 덮어두고 있는가. 진실을 밝히는 게 곤란한 것인가, 권력이 무서워 포기한 것인가?
YTN의 민영화(지분매각) 문제도 현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사기업으로 만들어 방송을 쉽게 통제하고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YTN의 최대주주는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전KDN과 한국 마사회로, 이 둘을 합치면 공기업 지분이 30.95퍼센트에 이른다. 이런 공적 소유구조 때문에 YTN은 20년 이상 준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YTN의 대주주 한국마사회는 YTN의 수익성이 높고 성장성이 크다고 생각해 YTN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마사회 회장이 정부에 불려가는 등 수차례의 압박을 받고 연내 매각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한마디로 언론의 ‘공공성’을 죽이는 것이다. 말이 ‘민영화’이지 언론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언론을 사적(私的) 자본의 지배 아래 두는 것이고, 그 이익에 봉사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보수 언론에서 보듯이 사적 자본의 지배하에 있는 언론이 그 공적인 책임을 저버리고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권력과 결합하여 언론을 정파적 선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바로 ‘프로파간다 언론’이다. 이런 언론의 타락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그 병폐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 언론사들의 지배구조는 사적 자본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 소유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언론의 주요과제로 등장해 있다. 언론을 ‘사유화’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더 많이 ‘공유화’하는 것이 가야할 길이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조례 폐지’도 공영방송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 TBS는 2020년 서울시가 독립된 ‘미디어 재단 TBS'를 만들어 출범시킨 최초의 지역공영방송이다. tbs교통방송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방송사다. 서울시의회 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은 2022년 11월 1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며 ’서울시의 TBS미디어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폐지안‘을 가결했다. 이 조례폐지안이 시행되면 서울시가 TBS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사라져 이 방송사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 한마디로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것이다.
‘TV조선’ 재승인 심사에 참가했던 방송통신위원회의 간부들이 구속된 것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등의 중점심사사항에서 TV 조선’이 50% 미만의 점수를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게 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진실은 머지않아 밝혀지겠지만, 심사한 사람들이 이렇게 구속까지 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방송사 재승인 여부를 자유롭게 심사할 수 있을 것인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압박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검열 논란 또한 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우습게 보느냐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민간 전시회에서 일부 전시물이 ‘이태원 참사’와 ‘화물노조파업’ 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해 중고생 만화공모전이 만평 ‘윤석열 열차’에 금상을 수여하자 한국만화진흥원에 엄중 경고조치를 내려 국민들의 비판과 조롱을 받은 바 있다. 그 뒤 부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만화의 전시가 불허된 일도 있었다. 이 모든 행태는 명백히 구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검열’이다. 검열은 ‘문화‧예술의 적’이다.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민주주의란 없다. 언론의 자유 없이는 민주주의를 이루어낼 수 없고, 민주주의 없이는 언론이 존립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은 서로 결합돼 있는 하나다. 그러므로 주저 없이 말하건대 언론을 탄압하는 정권은 민주 정권이 아니다. 반민주 정권이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수많은 국민들이 고난과 희생을 치르고 이루어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피 흘리고 생명을 바쳤으며, 잡혀가 고문당하고 투옥 당하면서 쟁취해낸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민주항쟁을 통해 모든 불의한 정권들을 무너뜨리고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역사는 오늘 세계 어디서도 보기 드문 찬란한 것이다. 이런 역사를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우리 국민이기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어떤 권력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거룩한 희생으로 얻어낸 고귀한 것이기에 이를 소중히 여겨 잘 지키고 더욱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정반대로 가고 있다. 언론탄압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파괴되어 나라가 망가지고 있으며 역사가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파괴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현 정권의 민주주의 유린행위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다시 단호한 투쟁에 나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다시 세울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언론탄압을 중지하고 언론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모든 언론 민영화 논의나 결정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2023년 3월 6일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