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부적절하다<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11월 14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정부여당 및 일부 친여매체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정쟁화하지 말라는 정쟁’을 벌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언론이 유족 동의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표한 것은 부적절하다.
두 언론은 명단을 공개하면서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과거 대형 참사에서는 사망자 이름을 공개해 왔고, 외신에서는 희생자 및 유족들의 실명과 사진을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명분이 무엇이든 사회적 애도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동안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강조해온 재난보도준칙 역시 참사 피해자와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하는 언론 취재 및 보도를 막고자 함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을 표방하는 두 언론에 당부한다. 정부의 ‘애도 계엄령’과 맞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언론이 피해자를 호명해 일방적으로 공개한다고 진정한 추모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마련을 통해 이번 참사의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역할해 달라.
2022년 11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