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해고작가 복직 환영,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해결 출발로 삼아야
등록 2022.08.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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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MBC에서 일하다 해고돼 2년여 법적 다툼을 벌여온 방송작가들이 오늘부터 MBC로 다시 출근한다.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는 방송계의 기만적인 고용관행을 깨고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긴 시간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싸워 복직한 방송작가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MBC <뉴스투데이> 작가로 일하다 2020년 6월 말 갑작스레 ‘한 달 후 계약 해지’를 구두통보 받고 해고된 두 방송작가는 같은 해 8, 9월 각각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각하,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자성 및 부당해고 인정, 이에 불복한 MBC 행정소송 제기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7월 14일 승소하며 역사적 기록을 만들어냈다. 근로기준법상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로 그동안 방송작가가 고용형태만 ‘업무위탁(프리랜서) 계약’에 의존한 프리랜서일 뿐 사실상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방송사 지시와 감독, 관리 아래 일하는 노동자임을 명명백백하게 확인한 선례가 됐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라고 하면 조직에 소속된 노동자와 달리 조직 내 명령체계가 아닌 자율적인 노동환경을 갖고 일하면서 높은 보수를 지급받는 집단을 떠올린다. 그러나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방송작가 대부분은 방송프로그램 책임자나 비슷한 위치의 제작진에게 업무 지시를 받거나 정해진 근무방식대로 일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프리랜서로 불리고 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가 처해 있는 고용 및 소득 불안정, 비정규직이 처한 낮은 급여와 열악한 처우는 그대로 적용받는다. 이런 방송작가들을 진정한 ‘프리랜서’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방송작가들을 노동법 사각지대로 몰아세운 묵은 관행을 타파할 분수령을 만들어준 두 방송작가와 연대단체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MBC는 일터로 돌아온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판결 취지가 원직 복직인 만큼 그에 맞는 업무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다른 방송작가들과의 법적 다툼에서도 ‘방송작가는 노동자’라는 사법적 판결을 기본 방침으로 수용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MBC가 지난해 9월 도입한 전문기자 양성제도에 따라 노동분야 예비전문기자를 선발한 취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또한 MBC 공정방송 투쟁의 상징인 고 이용마 기자가 염원한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방송미디어 현장엔 뉴미디어‧보도 등 상시지속 업무에 투입된 비정규직을 비롯해 예능‧드라마 제작스태프, 아나운서, 번역‧영문 지원 등 여느 분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 고용이 만연돼 있다.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으로는 방송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방송사를 포함한 언론계는 이번 MBC 방송작가 복직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기관도 적극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2022년 8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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