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단독보도 표기 체크리스트 도입, 남발개선 계기 되길 바란다KBS 단독보도 표기 체크리스트 도입, 남발개선 계기 되길 바란다
한국 언론의 무분별한 ‘단독’ 붙이기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KBS가 단독보도 표기 원칙을 만들어 주목된다. KBS는 3월 29일 ‘단독표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자사 취재진에게 공유했다. 언론계에 횡행해온 단독남발 관행 개선과 뉴스혁신 실험의 신호탄이 될 지 기대된다.
‘단독보도’ 혹은 ‘특종보도’는 언론계 명예의 상징이었지만 자의적 홍보성 문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포털뉴스 등을 통한 왜곡된 뉴스유통 구조와 언론간 상업적 경쟁의 가장 큰 병폐인 ‘클릭수 장사’ 때문이다. KBS 언론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Q>가 2021년 9월 한 달 간 네이버 상위 20위에 오른 기사 조회수를 분석한 결과, 일반기사는 평균 4만 8천여 회인데 반해 [단독]을 붙인 기사는 8만 7천여 회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타났다. 2005년 한 해 동안 480건이던 ‘단독’ 표기는 2020년 2만 794건으로 늘었다. 앞서 2018년 ‘단독’ 표기를 하지 않기로 한 JTBC가 2년 8개월 만에 방침을 철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독보도’ 표기 남발은 결국 저널리즘의 황폐화를 가져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020년 4월 한 달간 7개 방송사 저녁뉴스를 대상으로 [단독]이 표시된 보도 118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5건(72%)은 단독보도가 맞았지만, 28건은 단독보도한 내용이 부분적이거나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보도로 분류됐다. 심지어 5건은 단독보도조차 아니었다. <질문하는 기자들Q>에서도 세계일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용을 받아써 ‘단독보도’라고 냈다가 두 번이나 정정보도한 사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소식을 서로 다른 5개 언론사가 ‘단독’ 표기한 사례 등이 지적됐다.
공영방송 KBS가 이제라도 단독 보도가 진짜 단독인지 점검할 기준을 만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포털 알고리즘이 ‘단독’을 붙인 기사에 더 많은 노출과 경제적 이득을 부여하는 지금 같은 뉴스유통 구조가 지속되는 한 JTBC가 방침 철회 후 가장 ‘단독’을 많이 붙이는 언론 중 하나가 된 것처럼 KBS의 실험도 좌초할 우려는 남아 있다. 주요 언론사가 함께 협정을 맺거나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무분별한 단독 표기를 자제하는 좀 더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
이 순간에도 하루 수백 건의 ‘단독’을 언론은 쏟아내고 있지만, 이것으로 시청자와 독자의 이목을 언제까지 끌 수 있을 것인가. 기준과 원칙 없는 ‘단독’의 남발은 언론사와 언론계 전반에 대한 불신의 중대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뉴스의 품격과 시민의 신뢰를 되찾는 과정은 멀리 있지 않다. 이번 KBS의 단독보도 표기 체크리스트 도입이 언론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저널리즘 혁신을 위한 의미 있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
2022년 3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