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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선택을 위해 대선후보 TV토론 더 많이 열어라
군소후보 기회 제공, 토론방식 다양화도 모색해야
등록 2022.02.0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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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선택을 위해 대선후보 TV토론 더 많이 열어라

군소후보 기회 제공, 토론방식 다양화도 모색해야

 

거대양당의 공방 끝에 겨우 성사된 대선후보 첫 4자 TV토론이 지상파 합계 4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후보의 토론 회피, 거대양당의 양자토론 야합, 법원의 가처분 등 온갖 우여곡절 속에 열린 이번 토론을 둘러싼 국민의 높은 관심은 정책·의제 중심 선거에 대한 유권자 열망이 얼마나 큰 지를 방증한다.

 

그러나 결격성 논란으로 일부 대선후보들이 불을 붙이고 언론이 부채질한 ‘비호감 선거’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한 번의 토론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불어 4자 토론에서도 외면한 군소 후보들의 소외 문제와 짧은 시간에 여러 주제를 돌아가며 다루는 토론방식 자체의 한계점도 노출됐다. 정책·의제 선거를 위해 언론이 이번 4자 토론을 계기로 대선후보 간 토론 활성화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언론이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대선토론 편성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대통령선거 토론의 경우 ‘본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수인을 초청하여 3회 이상’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결국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추진되는 TV토론은 방송사와 각 후보자들의 자율에 기대고 있어 후보자 성향이나 의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유권자들의 정보접근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제도상 토론 횟수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방송사들이 나서서 대선후보 출연을 견인해야 한다.

 

언론은 군소후보 초청 토론 역시 적극 추진해야 한다. 2월 8일 기준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는 경선 탈락하거나 사퇴의사 밝힌 후보를 제외하고도 23명에 달한다. 물론 언론이 23명 모두를 동등하게 다뤄야 할 의무는 없지만, 원내정당 후보임에도 소외되고 있는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방송토론을 이미 진행한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노동계 후보인 진보당 김재연·무소속 이백윤 후보 등 유권자가 주목해야 할 의미있는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토론 방식 고민도 필요하다. 후보들에게 일정 시간을 주고 질문 대상을 자유롭게 정하는 ‘시간 총량제’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질문이 특정 후보에게 편중돼 다자토론이 사실상 양자토론으로 변질되는 단점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다자토론임에도 또 다시 특정 후보들의 목소리만 듣게 되는 즉 공정한 기회 상실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2017년 대선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으로 이뤄진 1차·3차 토론회의 경우 특정 후보에게 질문이 몰리고 후보자간 발언 횟수의 편차가 벌어진 반면, 후보자 각자에게 정책발표 시간을 주고 1:1토론을 진행한 2차 토론회에서는 더 공정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4자토론도 거대양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질문이 서로에게 집중되는 사이 안철수·심상정 후보의 정책을 검증할 기회는 사라졌다.

 

무엇보다 정책·의제별 토론을 자주 열어 후보들에게 충분한 상호 검증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4자 토론은 부동산, 자유주제, 외교·안보, 일자리·성장 등 너무 많은 주제를 정해진 2시간 내 소화하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고 심도 깊은 토론도 어려웠다. ‘RE100’이나 ‘EU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등 국제사회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에 우리가 대처해야 할 방안을 논해야 할 중요한 의제조차 마치 ‘스피드퀴즈’처럼 진행된 것도 주제별 토론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주제를 한꺼번에 다룰 필요도 없다. 각 언론이 관심사와 전문성에 맞게 주제를 분담해 후보들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서로 정책을 깊이 있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선거문화가 확산되고, 유권자들이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는 후보를 만날 기회는 더욱 적어졌다. 일각에선 ‘승패’의 관점에서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만 고려하여 TV토론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언론보도가 경마식 여론조사 중계와 거대양당 후보 네거티브 이슈에 잠식당한 상황에서 TV토론은 유권자 선택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불필요한 논란으로 유권자들의 후보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대선후보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더 많은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길 언론사와 후보들에게 거듭 촉구한다.

 

2022년 2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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