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거대양당 TV토론’ 제동 건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방송3사는 다자토론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적극 협조하라
KBS, MBC, SBS 지상파방송 3사가 설 연휴기간 방영하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자 TV토론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각각 인용함에 따라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양자 토론이 무산된 것이다.
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토론회가 “횟수, 형식, 내용구성 뿐 아니라 대상자 선정에도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대상자 선정에 관한 언론기관의 재량에는 일정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거대 양당 위주 TV토론 관행에 제동을 걸었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정이자 공정한 선거와 시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법원은 2007년에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빅3로 불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만 참석하는 TV토론 추진에 대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낸 가처분 신청을 같은 논리로 받아들여 3자 토론이 무산된 바 있다.
‘힘쎈 그들만의 리그’ 양자토론, 국민 알권리 침해
그동안 방송사들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 위주로 TV토론을 진행해 후보 인지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지상파방송 3사가 처음부터 양자토론을 추진하려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포함한 4자 토론을 추진했으나 국민의힘 비협조로 제때 추진되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이번 양자 TV토론 추진에 대한 핑계는 되지 못한다. 특정 후보가 토론을 거부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다양한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토론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도 가처분 결정문에서 “안철수 후보를 토론회에 참석시킬 경우 윤석열 후보 쪽에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방송사 해명을 향해 “윤석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후보들 상호간 토론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거대양당 후보 중 한 명이 거부한다 해서 대선후보 토론회를 열 수 없다는 주장 역시 거대양당 편중의 또 다른 이름인 셈이다.
대선후보 TV토론은 유권자들이 여러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동시에 비교․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론장이다. 다양한 방식의 TV토론에 여러 후보들이 참여해 정책을 비전을 놓고 토론한다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제20대 대선을 ‘정책 선거’로 전환할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지상파방송을 비롯한 방송사들은 앞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TV토론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다행히 지상파방송 3사는 법원 가처분 결정 직후 후보자들에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여하는 4자 토론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방송사 제안에 확답하지 않은 채 더불어민주당에 제3의 장소에서 양자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국민의힘은 방송사 주최 다자토론회에 적극 참여하라.
2022년 1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