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대통령 모욕 삽화도 실수라고 우길 것인가조선일보, 대통령 모욕 삽화도 실수라고 우길 것인가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자 징계, 재발방지책 내놓아라
조국 전 장관과 그 자녀인 조민 씨를 묘사한 삽화를 성매매 사건 기사에 사용해 큰 비판에 직면한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사기사건 등 보도에 상습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 실수였다는 조선일보의 해명은 더 설득력을 잃게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최근 보도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2020년 3월 4일자 지면 <정진홍의 컬쳐 엔지니어링/문재인 대통령과 거리 두기> 칼럼에 문재인 대통령을 그린 삽화를 실었다.
△ 문재인 대통령 삽화가 처음 실린 2020년 3월 4일자 칼럼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부 대처가 미흡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한 해당 칼럼은 “왜 초동 단계에서 대중국 방역선을 확실히 치지 않아 야기된 사태를 이제 와서 국민보고 개고생을 도맡아 감수하라 하는 것인가”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스스로 잘못 판단한 일의 결과를 왜 국민이 온통 뒤집어써야 하는가 말”이냐고 문재인 대통령을 성토했다.
사기꾼·사이비 종교인 묘사에 대통령 삽화 사용
해당 칼럼에 사용된 삽화는 홀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이후 조선일보는 최소 4차례 방역수칙 위반 또는 마스크 사기 사건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계속 사용했다. 2020년 8월 10일 <간 큰 제약사 공장장…가짜 마스크 7000장 경찰에 팔아>, 2020년 9월 16일 <동충하초 설명회서 확진 안된 딱 한명, 행사 내내 KF94마스크 벗지 않았다>, 2020년 10월 15일 <‘산 속에서 3000여명 모임 의혹’ 인터콥 경찰 고발됐다>, 2021년 2월 15일 <“마스크 팔아주겠다” 2억 가로채…경찰·법원 공무원 사기 혐의 조사>(2021/2/15) 등이다.
이중 두 개 기사는 6월 21일자 성매매 사건 기사에 조국 전 장관과 조민 씨 삽화를 사용한 이승규 기자가 썼다. 나머지 기사는 김정열 기자가 작성했다.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을 지킨 참가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동충하초 설명회서 확진 안된 딱 한명, 행사 내내 KF94마스크 벗지 않았다>를 뺀 나머지 기사에서 삽화의 인물은 마스크 사기 혐의자 또는 사이비 종교인으로 묘사됐다. 즉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사기 혐의자와 사이비 종교인을 묘사하는 기사에 사용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일러스트가 사용된 사건 기사(조선닷컴 캡쳐)
부랴부랴 기사 삭제, 문제 보도 더 있다
조선일보는 6월 24일 이런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자 오후 3시 58분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 사과드립니다.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6월 23일 사과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504글자의 짧은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 제하의 기사에서 조국 씨와 조민 씨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게재한 해당 기자의 과거 기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2건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승규 기자가 쓴 기사만 2건일 뿐, 김정열 기자의 기사까지 포함하면 현재 민언련이 조사한 바로는 4건이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사용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과문 게재 직전 부랴부랴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아직도 ‘실수’라고 우길 건가
민언련은 6월 23일 성명에서 조국 전 장관과 조민 씨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모욕한 조선일보 삽화 사건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진정한 사과부터 할 것을 요구했다. 악질적 오보를 반복하고도 면피성 해명으로 일관하며 두루뭉술 넘겨온 그간 보도행태가 결국은 반인권적 보도를 되풀이하는 원인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조국 전 장관과 조민 씨 삽화 사건을 담당자 실수라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잇따라 사용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 이제 ‘실수’였다는 조선일보 주장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는 조국 전 장관과 조민 씨 삽화 사건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삽화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경위를 조사하고 그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조선일보에 요구한다. 부적절한 삽화로 당사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모욕한 보도에 대해 책임 있게 사과하라. 대문짝만하게 반인권 보도를 해놓고 이제 와선 눈에 잘 띄지 않는 홈페이지 구석에 한 줄짜리 면피성 사과문을 실어놓는 면피성 사과는 소용없다. 조선일보 지면과 조선닷컴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에 원래 보도 크기의 비중대로 제대로 사과하라.
또한 조선일보가 독자에게 약속한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저하게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그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라. 더불어 책임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도 제대로 내놓아라. 지금까지 저지른 무책임한 오보와 악의적 왜곡,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 역시 응당 져야 할 것이다.
☞[논평] 조선일보 ‘조국 전 장관 부녀 모욕’, 진정한 사과부터 다시 하라
2021년 6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