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조국 전 장관 부녀 모욕’, 진정한 사과부터 다시 하라
등록 2021.06.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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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국 전 장관 부녀 모욕’, 진정한 사과부터 다시 하라

악질적 오보 반복하고도 면피성 해명, 통렬한 반성이 우선

 

조선일보의 무책임한 오보와 악의적 왜곡, 실수를 빌미로 한 인권침해 보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불법한 허위정보나 부당한 보도로 당사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히고도 손톱만한 면피성 사과로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행태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조선일보는 6월 21일 오전 5시경 온라인판에 성매매 사건을 다룬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를 실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딸 조민 씨를 묘사한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조국 전 장관은 6월 22일 오후 11시55분경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를 지적했다. 시민들 비판도 거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으로서 최소한 도리를 내팽개친 반인권적 범죄이자 보도를 참칭한 인권유린 행위’로 규정하고 합당한 책임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6월 23일 오전 11시50분 <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짤막한 사과문을 실었다. 하지만 폐간 청원까지 나오는 등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참 뒤늦은 시기뿐 아니라 진정성이 보이질 않는 사과문 때문이다. 274글자 어디에도 ‘진심’ 어린 사과가 없다. “일러스트가 “조국씨와 조민씨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일러스트로 교체했다”며 “담당기자는 일러스트 목록에서 여성 1명,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소홀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아무리 실수로 일어난 사고라고 치더라도 조선일보 사과문은 그 경위와 책임 소재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 흔한 책임자 징계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상투적 표현도 없다. 최근 성폭행범 관련 보도 배경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내보냈다가 메인 뉴스와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두 차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YTN 대처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사과는 의미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사과와 정정보도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우리는 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로 2020년 6월 1일 ‘바로잡습니다’ 신설을 알리면서 “오보로 현실을 중대하게 왜곡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경우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를 낸 경위까지 밝히겠다”며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은 △오보 등 기사의 정정 △명예훼손 등 보호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았다.

오보 등 기사의 정정에 대해선 “①오류의 가능성에 대한 모든 지적을 수용하고 확인한다. ②정정보도는 가능한 빨리 처리한다. 신문에 게재되기 전이라도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신속히 정정보도를 게재한다. ③정정보도의 경우 정정 내용뿐 아니라 그것이 정정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④사실에 기반한 오류를 정정할 때 ‘재구성’, ‘수정’, ‘명확화’, ‘변경’ 등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⑤현재 발행됐거나 게재된 기사를 정정하는 경우 이전 버전과 함께 게재한다. 지면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⑥그래픽과 사진의 경우 정정 로고 등을 이용해 정정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표시하고, 정정된 이미지를 분명하게 나타낸다.”고 명시했다. 명예훼손 관련해선 “오보, 부정확한 보도, 왜곡보도, 공익과 무관한 사실보도 등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과문을 보라. 스스로 정한 원칙과 윤리규범 중 어느 하나 적용한 것이 있는가. 조선일보의 진정한 반성 없는 ‘사과쇼’, 겉만 번지르르한 ‘윤리쇼’는 처음이 아니다. 2020년 8월엔 조민 씨가 연세대 세브란스 피부과에 지원했다는 대형 오보를 내고도 진정성 없는 사과로 비난을 받았다. ‘오보’라는 표현 대신 “사실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 등으로 자기변명에 급급했다.

2020년 3월 <코로나 난리통에…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 2019년 11월 <민노총 압박에…국대떡볶이, 서울대병원 매장서 퇴출> 등 악질적 오보를 비롯해 2012년 9월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때는 1면에 무고한 시민 사진을 ‘성폭행범’ 얼굴로 공개하는 대형 오보를 냈지만 성찰하는 모습은 없었다. 매번 이러니 시민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오보와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언론이 오보와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태도다. 사실보도, 공정보도만큼이나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과정은 언론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일보는 지금껏 ‘1등신문’을 자처해왔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저널리즘 책무에 그만큼 충실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허울뿐인 사과가 아닌 진정한 사과와 통렬한 반성부터 다시 하라. 이번 사건 경위를 정확하게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라. 그것이 조선일보가 공언한 “‘잘못된 보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다.

 

 

2021년 6월 2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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