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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노동자’ 판결 수용하고 미이행 합의안부터 즉각 이행하라
등록 2021.05.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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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CJB청주방송에서 13년간 프리랜서로 일한 고 이재학 PD가 청주방송 소속 노동자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청주지방법원은 5월 13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방송제작에서 강제 하차당하고 해고된 이 PD가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청주방송 근로자였던 점과 부당해고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

 

당연하고도 정당한 판결이다. 이 PD는 앞서 2020년 1월, 1심에서 패소하자 억울함을 호소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노동자 죽음 뒤에야 나온 판결이지만, 고인 뜻대로 이번 결정이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법원 “고 이재학 PD는 청주방송 노동자”

이 PD는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편집하는 일을 해왔다. 정규직 PD 지휘‧감독을 받으며 방송국 직원처럼 일했다. 오히려 정규직 직원보다 더 많이 일했으나 대우는 ‘비정규직’이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다못한 이 PD해 자신과 동료 프리랜서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상사 말 한마디로 통보된 해고였다. 이 PD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 소송을 냈으나 회사 측 입장만 반영한 1심에서 졌다.

 

이 PD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뒤 6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청주방송과 싸웠다. 이후 청주방송은 지난해 7월 이 PD 노동자성과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비정규직 고용구조를 개선할 것을 유족,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책위원회와 4자 합의했다. 고인 명예를 회복하고,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진상조사 결과와 이행 요구안을 수용해 적극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개선 발판이 될 듯했던 당시 합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청주방송은 공개적으로는 매번 잘못한 척, 죄송한 척하면서도 정작 합의 수용은 번복하는 일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고 있다. 청주방송은 더 이상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하지 말고 이번 재판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미이행 합의안부터 즉각 이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노동탄압 방송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충북 지역민을 위한 건강한 지역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다.

 

청주방송 판결 수용하고, 미이행 합의안부터 즉각 이행하라

이 PD뿐만 아니라 방송국 내 방송작가, 스태프, MD 등 ‘무늬만 프리랜서’로 고용된 방송계 비정규직은 저임금 노동과 갑질 등에 노출돼 왔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해야 했고, 말 한마디에 일터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과 위협 속에서 전전긍긍해야 했다. 최근 방송계 뉴미디어 분야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어 고용 및 노동차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럼에도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가 법원 등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4월 26일 청주방송을 근로감독한 결과, 프리랜서 작가·PD·MD 등 21명 중 12명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판단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3월 19일 MBC 보도국에서 10년간 일하다 해고된 두 명의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판정했다. 방송제작 환경 특수성에 따른 고용관계를 구체적으로 따진 역사적 판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CBS 뉴미디어채널 씨리얼에서 2년간 일한 프리랜서도 퇴직금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런 변화는 ‘노동존중’이란 시대 흐름에 부합한 결정이다. 여전히 법원 결정을 받아보겠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한 때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노동존중 사회’는 구호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국 방송사들은 오래된 악습인 비정규직 고용관행을 끊고, 시대 요구에 걸맞게 변화하는 일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2021년 5월 21일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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