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면죄부 주고 끝나가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검찰 수사의지 없었다서울고검은 ‘검언유착’ 공모 혐의를 받은 홍성규 채널A 전 사회부장과 배혜림 전 법조팀장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항고에 4월 29일 기각 처분을 했다. 앞서 서울지검은 지난 1월 두 사람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했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수사미진을 들어 항고했으나, 서울고검도 재차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널A 기자들은 5월 14일 결심공판에서 이동재 전 기자에겐 징역 1년 6개월, 백승우 기자에겐 징역 10개월이 각각 구형됐다. 곧 선고공판도 열릴 예정으로 검언유착 사건 수사 및 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검찰은 홍성규 전 사회부장과 배혜림 전 법조팀장에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구체적인 취재내용은 몰랐다’는 두 사람 진술에 대해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선거 직전 여권 유력 인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취재하면서 일선기자가 윗선에 구체적인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중요한 사건일수록 상부에 보고하는 언론사 관행이나 상식에서 현저히 벗어난다는 점에서 검찰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채널A 윗선 개입 정황은 여러 경로로 확인된다. 이동재 전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회사에도 보고를 했고 간부가 직접 찾아뵙는 게 좋겠다고 하네요” “저 위에 차장이랑 다 이야기한 거다”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수사가 들어가기 전 취재과정에서 한 발언으로 진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재 전 기자는 피해자 측과 두 차례 만남 직후 배혜림 전 법조팀장과 통화를 했고, 2차 만남에서는 배혜림 전 법조팀장에게 동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배혜림 전 법조팀장이 휴무라 실제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윗선이 긴밀하게 개입한 정황증거 중 하나다. 그런데도 검찰은 숱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는커녕 피의자의 ‘모르쇠’ 읍소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애초 검언유착 사건에서 검찰 수사의지는 계속 의심받아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언유착 사건 초기 직무범위에서 벗어나 대검 감찰부 감찰을 중단시키거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이례적으로 피의자인 이동재 전 기자 측 요구로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해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현재 검찰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처분만 남겨 놓았다. 검언유착 의혹 핵심 증거인 한동훈 검사장의 핸드폰은 열어보지도 못했는데 불기소해야 한다는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재 전 기자와 백승우 기자의 선고공판 결과도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핵심 증인이 잇따라 불출석하면서 공판은 여러 차례 공전됐다. 특히,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한 강모 기자가 연이어 재판에 불출석하자 검찰은 증인 신청을 철회했고, 끝내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강모 씨는 현재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 중인데 핵심증인조차 소환하지 못하니 검찰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우려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진실은 은폐됐고 검찰은 부실수사, 편파수사, 늑장수사로 면죄부를 발급해주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검찰권력, 언론권력을 명백히 잘못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성역으로 결코 남겨 놓지 않을 것이다.
2021년 5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