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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협회 부수조작은 엄중한 범죄, 철저하게 조사하라
등록 2021.02.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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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협회 부수조작은 엄중한 범죄, 철저하게 조사하라

 

국내 유일의 유료부수 인증기관 ABC협회 부수조작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 한국ABC협회가 발표하는 유료부수는 일종의 구독율 지표다. ABC협회는 각 신문사 본사로부터 자체 산정한 유료부수를 보고받은 뒤 20여개 표본 지국을 조사해 얻은 성실률(ABC협회가 조사한 유료부수/신문사가 신고한 유료부수)을 곱해 유료부수를 산정해왔다.

미디어환경 변화로 유료부수가 매체 영향력으로서 더 이상 의미를 갖기 힘든 상황이지만, 다른 공신력 있는 지표가 없어 ABC협회 부수공사가 여전히 광고료 산정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광고료 및 신문‧뉴스 유통지원 명목으로 지원되는 보조금 등의 산정기준으로도 쓰이고 있다. 정부광고비와 보조금 모두 국민 세금인 만큼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조작부수’ 근거로 세금 사용 철저히 밝혀야

박용학 한국ABC협회 전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26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ABC협회 부수조작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어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조사결과, 조선일보 지국 9곳의 평균 성실률은 49.8%로 ABC협회가 이미 공표한 성실률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지국 중에는 ABC협회 표본지국이 포함되어 있는데, ABC협회 성실률은 98%였다. 유료부수가 두 배 가량 부풀려진 것이다. 이밖에도 한겨레 지국 3곳의 성실률은 46.9%, 동아일보 지국 2곳의 성실률은 40.2%에 그쳤다.

박용학 전 사무국장은 2월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성준 ABC협회 회장이 특정 신문에게만 조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하거나, 신문사 민원을 받고 담당 조사원을 질책하며 공사팀에 부수를 임의로 조작할 것을 지시하는 등 부수조작에 개입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이렇게 조작된 ABC협회 부수인증 결과는 정부광고 단가 산정과 보조금 지급의 근거가 됐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조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홍보매체 선정을 위해 신문 및 잡지의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를 파악하는 대신 ABC협회 부수공사 자료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광고 업무규정’ 제6조는 언론진흥재단은 신문 및 잡지 광고를 의뢰받을 경우 ABC부수공사 결과를 확인하고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실제로 유료부수에 따른 광고단가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경우 건당 1000만원 정도인데 다른 일간지 및 경제지는 5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난해 정부광고료로 70~90억 원 가량 수입을 올렸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연간 3억 원 가량의 뉴스 유통 지원 보조금도 받고 있다. 만약 ABC협회 유료부수 조작으로 정부광고료와 보조금이 과대 계상됐다면, 국민 세금이 잘못 쓰여 얻은 부당이득으로써 마땅히 반환되어야 하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유료부수 조작에 가담한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ABC제도 무용, 대안지표 개발해야

ABC협회 유료부수 조작 문제가 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경향신문은 ABC협회가 2002년~2003년 각 한 차례씩 조선일보 유료부수를 부풀려 발표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당시 ABC협회 공신력에 대한 의심이 확산됐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바로잡지 못한 채 13년이 흘렀다. 그새 미디어환경 변화로 뉴스유통 구조가 포털·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어 종이신문 유료부수 지표도 큰 의미가 없게 되었으나, 유료부수도 제대로 조사를 못해 비판을 받아온 ABC협회가 이젠 조직적 ‘조작’ 정황까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ABC협회를 해체하는 수준의 개혁이나 새로운 평가지표 개발이 요구되지만, 신문사 판매국장이 대거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ABC협회 인적 구조나 그동안 역사를 볼 때 자정노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ABC협회 자체가 자율기구로 회원사인 신문사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임원을 제외한 실무인력도 17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의미 없는 ABC협회 부수공사 인증제는 폐지되어야 하며, 대안적인 인증기관을 통해 신문·디지털 통합지수 등 새로운 언론 영향력 평가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2021년 2월 2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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