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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우선한 광고‧편성 규제 전면완화, 방송 공공성 흔든다
등록 2021.01.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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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우선한 광고‧편성 규제 전면완화, 방송 공공성 흔든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책 및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에 관한 민언련 입장

 

방송통신위원회가 1월 6일 발표한 ‘제5기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에 이어 13일 공개한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미디어 개혁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 지 깊은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과제 방향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비전’과 더불어 ‘신뢰, 성장, 포용’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계속 지적된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비대칭 규제 해소 추진, 방송협찬제도 법제화, 외주제작시장 공정환경 조성 및 방송시장 근로환경 개선안 마련 등은 긍정적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후속으로 발표된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은 새해 비전 제시가 허울 좋은 선언일 뿐 정작 핵심 실행계획은 완전히 반대되는 정책을 담고 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천명한 ‘방송시장의 재도약과 새로운 활로 모색’의 실체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규제 무력화‧탈규제‧시장자유화, 과거로 회귀하나?

먼저 공공성에 바탕을 둔 우리 방송체제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들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역점 정책이 재등장하는 등 이른바 ‘적폐정권’ 시절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글로벌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활력 제고’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방송 광고 및 협찬, 편성 분야의 대규모 규제 완화는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한다.

우리는 이미 규제 철폐 또는 완화를 지상가치로 내걸고 탈규제와 시장자유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오랜 사회적 합의로 지켜온 방송의 공적 규제조차 무력화시킨 과거 정권의 참혹한 방송 공공성 파괴를 목도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시장 능력을 무시한 사업자 승인, 소유규제 완화, 광고 직접영업, 편성비율 차별화, 방송발전기금 징수유예 등 비정상적 종편 특혜를 통해 방송시장을 교란하고 공영방송 시장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렇게 무너진 방송시장을 다시 세우고,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문재인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가 개혁 청사진은커녕 과거 탈규제, 사장자유화 기조를 복권시키고 방송 사유화와 상업화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큰 전략을 내놓은 것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시장 활성화를 중심으로 비전을 세운 것은 디지털 대전환 가속화, 레거시 미디어와 신규 진입자의 경쟁심화, 플랫폼의 영향력 증대라는 환경변화로 방송 영역이 점차 해체되고, 재원 악화와 불공정 거래가 증대되어 방송 공공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급격한 방송기술 변화와 국내외 치열한 미디어 시장 경쟁으로 방송시장과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시민사회, 학계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계속 제기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방송 공공성 강화 및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제도와 미디어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지 방송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재원확보와 수익성 확대를 위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또한 새로운 방송 패러다임에서 방송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급변하는 기술과 국내외 미디어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면적인 산업구조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방송통신위원회 비전에는 이와 같은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의 핵심 내용인 광고‧협찬 및 편성정책 대부분 역시 방송사업자를 위한 낡고 구태한 시장보호 정책에 불과하다. 국내시장 보호정책만으로 글로벌 미디어시장에서 우리 방송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광고규제 전면완화’인가

방송통신위원회는 비대칭규제 해소라는 미명 아래 방송 광고‧협찬 규제를 최소화하거나 철폐하고 편성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방송사업자의 시장 교란행위부터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시장에서 사업자의 상업적 이익추구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가장 큰 변화는 7가지로 세분화된 방송광고 유형을 ‘프로그램 내’와 ‘프로그램 외’로 단순화하고, 금지하는 광고 외에는 우선 허용하는 네거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이다. 어떤 광고를 금지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네거티브 규제방식 전환으로 상업적 이윤 추구를 위해 시청자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광고도 사회적 동의절차 없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할 것이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중간광고 전면허용, 가상광고‧간접광고‧협찬고지의 품목‧형식‧장르 완화, 프로그램제목 광고 허용, 라디오 라이브리드 허용에 방송광고 유형과 형식까지 완화하겠다고 한다. 사업자 구분 없이 전면 허용하겠다는 중간광고는 1회당 1분 이내로 45분 이상 프로그램에서 1회, 60분 이상 프로그램에서 2회 가능하고 이후 30분당 1회 추가할 수 있어 최대 6회까지 가능하다. 이럴 경우 지상파 메인뉴스에도 중간광고가 들어갈 수 있으며, 현재 비판을 받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편법 중간광고인 PCM(분리편성광고)은 합법적인 광고로 인정된다. 일정시간대 종류‧시간‧크기 등 형식규제를 일시 면제하는 ‘광고프리존/샌드박스’도 도입된다.

프로그램제목 광고의 경우 공공성 훼손, 상업화 방지를 위해 허용장르와 시간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광고주나 기업브랜드 명칭을 프로그램제목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 프로그램이 붙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심지어 라디오 진행자가 방송 중 광고 문안을 읽거나 특정상품과 서비스를 언급하는 ‘라이브리드’도 허용한다고 하니 지금까지 보지 못한 ‘신유형’ 광고가 대거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여기에 종편과 지상파 등 주요 방송사 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을 60%로 올려주고, 전문편성PP의 주된 방송분야 편성비율은 70%로 내린다. 그렇잖아도 이미 방송은 여기저기 오락‧예능프로그램 일색인데 오락편성을 더 늘려주겠다는 뜻이다. 지역방송‧중소방송 지원책으로 도입된 방송광고 결합판매제도를 폐지까지 포함하여 재검토하고, 방송 공공성과 매체균형을 위한 방편으로 시행 중인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 체제) 전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흔들리는 ‘방송 공공성’

한마디로 이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정책은 ▲과거 정부가 주도한 탈규제와 시장자유 원칙을 복권시키고 ▲사업자 위주의 왜곡되고 편파적인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방송사업자의 상업적 이익을 우선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물꼬를 활짝 열어주었으며 ▲시청자 권익과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는 더욱 주변화하고 ▲방송주권자로서 미디어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저버린 셈이다.

협찬규제를 완화하면서 프로그램제목을 광고주에게 판매하겠다거나 라디오 ‘라이브리드’ 허용 발상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을 상품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광고규제 완화정책이 방송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광고자본의 방송 장악력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방송사의 사실상 직접영업 가능성을 열어둔 미디어렙 전면 재검토 추진도 보도 공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 광고시장의 근본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광고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주요 원인은 방송사업자와 광고주의 직접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자사 미디어렙 체제에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은 약탈적 광고 심화 문제를 방기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 합리적 경쟁이 이뤄지도록 형평을 맞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청자 권익과 공적 규제를 줄임으로써 기술적 형평성을 추구한다면 공공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정책 당국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송법 1장 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정책과제와 핵심 추진방안은 이러한 목적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공영방송과 방송 공공성의 개념을 왜곡 또는 축소하면서 미디어의 공적 책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기술과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서 포털과 OTT 플랫폼사업자의 방송시장 교란행위, 불공정 행위, 이용자권익 침해 행위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와 규제가 시급하지만 아무런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새로운 미디어 영역에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공공성의 틀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을 정립하고 제도화해야 하며, 이를 전제로 방송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환기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주권자 시민을 배제한 정책, 시민배제 방송을 낳는다

보수정권 10여 년간 우리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한 방송시장 경쟁은 참담하게 무너졌다. 무엇보다 시청자와 미디어 이용자 권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훼손된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후 방송 공공성을 담보한 사업자들이 변화한 기술과 미디어시장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이를 선도할 수 있는 체질을 강화하는 순서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은 시민의 목소리와 참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 방송사업자의 기존 시장만을 보호하는 선택적 방식의 제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규제를 낡고 비현실적이라고 폄훼하는 것을 정당화하면서 시장일변도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미디어 공공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사업자 중심의 파편적인 정책을 펼쳐 미디어 환경이 혼탁해질 것을 염려해왔다. 미디어 정책은 각 미디어가 상호연계적임을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논의되고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시민이 원하는 미디어 개혁의 비전과 의제를 제시하면서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구체화할 것도 요구해왔다. 3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가 발표한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를 위한 미디어 종합정책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5기 방송통신위원회는 공공성 보장을 위한 방송사업자 허가·승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공적 규제를 더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만약 제도적 한계가 있다면 문제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하지만 최근엔 재허가·재승인 등 공적 가치 보호에 필요한 제도 자체를 철폐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민의 권익에 반하고, 시민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사업자 중심의 파편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고, 미디어 공공성에 기반을 둔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부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1년 1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민언련 ‘방송통신위원회 정책 및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에 관한 긴급간담회

o 일시 : 2021.1.14() 오후 3

o 방식 : 비대면 ‘줌(Zoom) 간담회’

o 발표자 : 김서중 상임대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연우 이사(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채영길 정책위원(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수경 정책위원(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사), 최은경 정책위원(전남과학대 E스포츠과 교수)

※ 참석 문의 : 민언련 사무처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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