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보수야권은 ‘폭설 정치방송’ 오보사태 낳은 ‘TBS 정쟁화’ 시도 중단하라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 언론의 무비판적 받아쓰기 멈춰야 한다
등록 2021.0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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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1월 7일 SNS에 TBS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 전 의원은 “TBS 편성표를 보면, 어제 밤부터 출근길 혼란이 극에 달한 오늘 아침까지 긴급편성되어야 마땅한 ‘교통방송’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온통 정치, 예능방송 일색이었다”며 TBS가 6일 폭설 상황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TBS는 6일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 7일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대설 특집방송을 편성했다. TBS는 7일 새벽 2시 56분 대설 특집방송 종료 직전 제작진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애초 편성표 일정과 달리 긴급으로 편성된 대설 특집방송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이데일리, 매일신문, 서울경제, 데일리안 등은 이 전 의원의 SNS 게시글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정치인과 언론 그 누구도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아 일어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오보’였다.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는 정치인

이혜훈 전 의원의 게시글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작성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TBS가 실제 어떤 방송을 했는지 한 번만 확인했다면 쓸 수 없는 글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이 전 의원 SNS 게시글에서 그 이유가 드러난다. 이 전 의원은 TBS 신임 이사장에 편향적 인물이 선출됐다며 국민의힘이 공세를 펼치고 있는 ‘TBS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TBS가 편향성에 매몰되어 제 역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대설 상황의 편성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언론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합당한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 전 의원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끼워맞추기식 억지 비판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허위사실로 여론을 호도할 뿐이다. 하물며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허위주장을 공표한다면 시민들이 무엇을 보고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혜훈 확성기’ 자처한 언론, 받아쓰기 관행 돌아보라

이혜훈 전 의원의 SNS 게시글을 그대로 기사화한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허위사실이 담긴 이 전 의원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확인 없이 그대로 전달한 언론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은 암울한 우리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다. 정치인을 비롯해 유명인의 SNS를 검증 없이 기사화하는 언론의 불성실한 습관이 웃지 못할 또 하나의 ‘오보 사태’를 만들었다. 사실을 보도하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언론을 가진 국민으로 서글픈 자괴감이 들 정도다.

 

언론은 정치인의 확성기가 아니다. 기자는 정치인의 SNS나 기웃거리며 자극적인 발언을 쫓는 존재가 아니다. 정치인의 발언이라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기사화하고, 유명인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번에 ‘이혜훈 확성기’가 된 언론이 언젠가 또다른 ‘정치인 확성기’가 될 것이다.

 

최소한 상식이 존재하는 언론이라면 이 전 의원이 허위사실로 무리한 비난을 했다는 점을 꼬집어야 한다. 그것이 권력을 감시하고, 사실을 전달하며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상당수 언론이 정치인 발언을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그대로 옮기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를 제대로 비판할 자격이 있겠는가. 언론의 무차별적 받아쓰기는 스스로 신뢰를 하락시키고, 끝내 언론의 비판마저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이라도 언론은 무책임한 받아쓰기를 멈춰야 한다.

 

보수야권 ‘TBS 정치쟁점화’ 멈춰라

사실관계 확인 없이 허위사실을 남발하는 정치인과 무비판적인 받아쓰기에 몰두한 언론이 만들어낸 이번 ‘허위사실 오보사태’는 국민의힘을 필두로 한 보수야권의 ‘TBS 정치쟁점화’에서 만들어졌다. 이혜훈 전 의원을 비롯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 오신환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연일 TBS 편향성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서울시장 선거공약으로 TBS 특정 프로그램 폐지를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금태섭 전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결국 이 전 의원은 ‘TBS는 편향적’이라는 주장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 때문에 허위사실까지 동원하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2019년 보궐선거에서 유사한 전략을 활용했다. 당시엔 JTBC <팩트체크>를 타깃으로 자신들의 낙선운동을 펼쳤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한 보도가 다수였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현실은 국민의힘 주장과 달랐다. JTBC <팩트체크>의 편향성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여러 차례 허위사실을 주장하여 검증대상이 되었을 뿐이었다. 이밖에도 국민의힘은 KBS, MBC를 향해서도 ‘친여매체’ 프레임을 씌우며 문제 삼아왔다.

 

언론은 정치가 선거도구로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다. 특정 언론에 대한 편향성 주장으로 지지세력을 결집해 선거에 활용하고자 하는 국민의힘의 사고방식은 저열하기 그지없다. 이혜훈 전 의원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를 즉각 사과하고, 국민의힘은 언론을 선거수단으로 활용하려는 ‘TBS 정쟁화’ 시도를 당장 멈춰라.

 

2021년 1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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