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2021년 언론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문2021년 신축년의 새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무엇이 새로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감염병 대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1,000명에 가까운 분들이 돌아가셨고, 수 많은 노동자, 자영업자, 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존의 절벽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럼에도 백신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 우리에게 새해란 지금이 아니라 다시 예전으로, 그러나 예전과는 다른 일상으로 돌아가는 때가 새로운 해가 될 것이다.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올해, 언론계에 종사하고 끊임없이 감시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우리는 코로나 만큼이나 언론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나아질 기미를 보지 않음에 깊은 반성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우리는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서 바꾸지 못한 취재 보도의 관행을 반성하고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라는 시민의 명령을 듣는다.
믿을 수 있는 언론, 신중한 판단을 내릴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 국가와 시민 사이 소통을 독려하는 언론은 코로나 감염병으로 삶과 노동의 위기에 처한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임을 올해 우리는 다시 확인한다.
우리는 오는 4월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로 시작될 정부여당의 정치적 계산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태일 3법을 처리하지 못한 180석의 거대 여당은 정권 재창출보다 삶의 위기에 처한 시민들에게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언론개혁이 가짜뉴스 규제와 징벌적 손배와 같은 처벌 그 이상임을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보여줄 코로나 이후의 삶에서 정치권력, 자본권력, 사주권력에서 독립된 언론이 빠질 수 없다. 무엇보다 통신 3사의 자본권력은 이제 신문과 방송을 넘어 과기부의 진흥 아래 공적 서비스인 통신과 뉴미디어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이후 진흥하겠다는 디지털 뉴딜에서는 사업자만 보일 뿐 시민은 어디에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 약속했던 공약을 기억한다. 공영방송/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 민영방송의 소유 경영 분리,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신문법 개정, 포털이 장악한 뉴스 시장의 공론장 구축, 지역 언론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미디어 산업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쪼개놓은 통합 미디어기구의 설치가 그것이다. 언론개혁은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아니라 신뢰를 얻을 법과 제도가 동력이 되어야 한다.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2021년은 문재인 정부에게 촛불 시민들이 요구했던 언론개혁을 마무리할 마지막 시기다. 정권 재창출에 모든 것을 걸 청와대와 여당에게 분명히 밝힌다. 언론노동자와 시민이 제시한 언론개혁의 로드맵을 또 다시 차기 정권의 과제라 미루지 말길 바란다. 올해 문재인 정부에게 필요한 언론은 성과를 보여주고 야당을 비판하는 언론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에서 보지 못하는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언론이다.
2021년 새해는 언론개혁의 공약이 완성되는 그 때 시작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새로운 해는 오지 않았다.
2021년 1월 6일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 방송기자연합회, 방송독립시민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