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포스코노조는 포항MBC의 정당한 보도에 대한 협박을 당장 중단하라포항MBC는 12월 10일 특집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통해 포스코 직업병 실태와 인근 주민들의 유해물질 노출, 정치와 언론의 은폐 카르텔 등의 문제를 고발했다.
그러자 포스코 내 다수 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노동조합은 다음날 입장문을 내어 포항MBC가 왜곡 및 악마의 편집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포스코의 포항지역 투자 원천차단, 직원식사 등 포항지역에서 소비 전면중단, 포스코 직원과 자녀의 주소지 이전 등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다.
포항MBC 보도, 지역언론의 마땅한 역할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 대응은 포항MBC의 정당한 보도를 폄훼한 것이며, 포스코의 지역사회 공헌을 볼모로 지역방송사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다.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의 대응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포항MBC 보도가 사실을 왜곡했어야 한다.
그러나 포항MBC는 포스코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퇴직한 노동자들이 폐암, 백혈병, 루게릭병, 악성 중피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보도했다. 이들의 발병과 일했던 공정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의 연관성도 해외 연구논문과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코크스 오븐 공정에서 일한 노동자의 호흡기 암 발병 위험도가 일반 노동자보다 높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포스코 제철소의 대기오염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왔다. 포항MBC는 시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 상황과 함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환경부 연구보고서 결과를 입수해 연관성도 보도했다. 환경부 연구보고서에서는 포스코를 포함한 포항산단 오염물질 고노출지역 주민들의 발암물질이 전국 평균보다 매우 높게 나왔다는 점이 밝혀졌다. 주민 피해가 실제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포항MBC는 이를 기반으로 포스코가 대기오염물질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검사제도 변경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MBC의 이번 보도는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 입장문과 달리 피해 당사자들의 주장과 연구결과 등을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지역 주민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사항을 고발한 보도로써 지역언론으로서 마땅한 역할을 한 것이다.
지역사회 공헌 볼모로 언론자유 침해 말라
구체적 근거를 제시한 포항MBC의 보도를 두고 “객관적 사실보다는 왜곡,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반박한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 사업을 중단하겠다며 협박성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
만약 포항MBC의 보도가 부당했다면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은 적법한 절차를 밟으면 되는 일이다. 반론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면 반론보도를 요구하는 게 우선이고, 언론중재위원회 등의 조정을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은 포항MBC 취재진의 고용노동부 산재사고 조사를 위한 출입조차 물리력을 동원해 막는 등 취재를 무산시켰다.
노동조합이라면 당연히 소속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은 오히려 소속 노동자가 유해물질 등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검증한 포항MBC 보도를 폄훼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포항시는 물론이고 포항시민들은 포스코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은 포스코를 비판하는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포스코라는 기업이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현실을 악용해 언론에 협박한 행태를 사과해야 한다.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의 의도가 무엇이건 지역과 시민을 볼모로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언론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어떠한 기업도 언론 취재와 보도의 성역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포스코의 중대한 집단 산업재해 발생과 그 방치를 고발한 포항MBC의 보도를 적극 지지하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취재진의 용기에 격려를 보낸다. 한국노총 포스코노동조합은 언론의 정당한 취재에 대한 무리한 주장과 협박을 거두고, 소속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산업재해 대책마련부터 나서기를 촉구한다.
2020년 12월 2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