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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독립시민행동]종편 등록제 전환, 어떤 실효성이 있는가?종편 등록제 전환, 어떤 실효성이 있는가?
방통위의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지난 1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시민사회와 사업자로부터 제기된 종편 재승인 심사의 실효성 논란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 의견을 피력했다. “재승인 제도 취지는 문제점을 개선해 부여된 책무를 잘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최근 미디어 상황이 바뀜에 따라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며 “종편, 보도채널 등에 대해 허가냐 등록이냐도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재승인 거부도 가능했던 종편 심사 결과에 더 이상 추가하기도 힘들 개수의 조건들을 붙여 조건부로 재승인을 해 왔다. 종편에 대한 관리 감독기능을 강화한 것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한 번 승인한 종편은 승인 취소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종편, 보도전문채널에 허가냐 등록이냐도 검토”하겠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종편과 보도 채널을 등록제로의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믿고 싶다. 다만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종편과 보도채널을 등록제로 할 경우 우려되는 지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첫째, 종편을 등록제로 전환할 경우, 신규 사업자만이 종편에 진출하지는 않는다. 보도 편성을 하지 않는 일반PP, 즉 CJENM이나 이미 유사보도를 하고 있는 한국경제TV 등 경제전문채널도 자본금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보도를 편성하여 종편을 출범시킬 수 있다. 여기에 방송을 겸영하려는 신문사가 뛰어든다면 종편 사업자 수는 예측할 수 없다.
둘째, 종편 채널 수가 늘어나면 KT, SKB, LGU+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협상력이 더 커진다. 과거 MB정부 때와 같이 방통위가 압력을 넣어 좋은 채널 대역을 줄 수도 없다. 물론 이들의 소관부처는 과기부다. 종편 채널 블럭을 만들수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이다. 게다가 종편, 보도채널 수가 증가하면 중소PP들에게 돌아가는 프로그램 제공 대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는 또 어떤가. 종편은 곧 전국권역 사업자를 뜻한다. 승인제에서도 소홀히 하고 있는 지역성을 등록제 종편이 더 잘 할리 만무하다.
셋째, 방송시장의 문제다. 방송사업매출액만으로 보면 PP의 매출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홈쇼핑이 50% 가까이 점유하고 있고 1조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는 CJ계열 채널의 과점 상황을 간과한 착시 현상이다. 2019년 기준 종편 4사의 매출은 8,228억원, 보도채널 2개사는 1,606억원에 머물고 있다. 실시간 방송광고시장의 감소국면에서 신규 종편과 보도채널은 줄어드는 파이를 쪼개어 생존해야 한다. 증가하는 온라인/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전략조차 부재한 신문사들이 축소되는 광고시장으로 진입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넷째, 미디어렙 규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상 직접 영업인 1사 1렙을 허용해 준 종편이 등록제로 전환된다면 종편 통합 미디어렙을 강제하지 않는 이상 결국 직접영업만을 허용하게 된다. 갈수록 광고주에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PP 광고시장에서 등록제로 증가할 종편과 보도채널은 콘텐츠가 아닌 ‘보험성’ 광고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민영 미디어렙의 증가가 지상파 미디어렙의 현재 규제에 미칠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한상혁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종편과 보도 채널의 등록제 검토는 현재 한계를 가진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고자 한다. 위원장이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 지금 방통위에는 비대칭 규제 해소, 수신료 등 공적재원의 안정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미뤄놓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이미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에서 제안한 미디어개혁기구의 조속한 설치를 요구해 왔다. 방통위는 시청각 서비스체계와 각 부문별 공적 책무 및 책임에 대한 검토도 없이 종편과 보도채널 등록제라는 ‘검토안’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2011년 종편이 출범했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 IPTV의 급속한 성장, 스마트폰 확산, 모바일 플랫폼 성장 등 미디어 생태계의 급변이 이루어질 당시 어떤 전망도 없는 레거시 미디어를 네 곳이나 승인한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2020년 12월 18일
방송의정치적독립과국민참여방송법쟁취시민행동
(약칭 방송독립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