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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MBN 재승인, 방송통신위원회 마지막 기회조차 버렸다 - 시민들이 나서서 방송개혁을 위한 불씨를 살리자
등록 2020.11.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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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11월 27일 재승인 기준점을 넘기지 못한 MBN에게 만장일치로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MBN은 재승인 심사 결과 640.5점을 획득해 기준점인 650점에 미달했고,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등 준수 여부’ 항목에서는 과락 점수를 받았다. 이번 재승인 절차는 차명주주 불법동원과 9년간의 회계조작, 3번의 허위서류 제출이라는 방송사상 초유의 범죄를 저지른 MBN에 응분의 책임을 묻고 대주주 교체를 통해 MBN 구성원들이 스스로 건강한 언론을 만들 기회를 줄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선택은 또 다시 ‘봐주기’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견된 ‘봐주기’, 더 이상 기대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10월 30일, 종편설립 승인 과정에서 차명주주를 동원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조작을 벌이고, 최초 승인과 두 번의 재승인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한 MBN에 승인취소가 아닌 6개월의 업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것도 법이 정한 기준을 넘어선 황당한 처분이었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승인 기준점수조차 미달한 MBN에 또 다시 재승인을 내줌으로써 언론과 언론사주는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사무처 경과보고를 빼면 MBN 재승인 안건 상정부터 의결까지 고작 1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12분은 방송정책 총괄 및 규제기구로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권한과 책임을 만장일치로 내팽개친 시간이었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는 MBN에 17가지 조건을 붙이면서 해당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승인을 취소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매년 외부 기관으로부터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책임·공정성에 대한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매년 제출하도록 했고, 방송계 뒷광고로 문제가 된 협찬 고지 이행 실적도 매달 제출하도록 했다. 6개월 업무정지에 따른 후속조치로 최대주주 책임 방안과 대표이사와 감사 교체 및 외주제작사 보호, 고용안정 방안 등도 재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송통신위원회 행태를 봤을 때 일견 까다로워 보이는 재승인 조건조차 비판 여론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종편이 태어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방송통신위원회는 세 차례 걸친 재승인 과정에서 총점에 미달해도, 중점심사항목에서 과락을 해도 수많은 권고사항과 재승인 조건을 붙이며 ‘구제’를 해줬다. 하지만 ‘봐주기’ 심사를 통과한 이들 종편의 방송품질이나 불법성은 개선되지 않았고 재승인 조건의 숫자만큼 위반사항만 쌓였다. 그럼에도 어떤 실효성 있는 제재나 처벌은 없었다. 심지어 MBN의 경우 행정처분에서 받은 ‘6개월 업무정지’조차 소송절차에 돌입할 경우 실제 처분이 이뤄질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에게 절망만 안겨준 MBN 재승인 과정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3월에도 650점 기준에 625.13점을 받아 재승인 점수에 한참 미달한 TV조선에 무리하게 조건부 재승인을 내준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엔 박근혜 정부가 구성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어떤 원칙과 공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고 구성된 4기, 5기 방송통신위원회에 국민들이 기대한 첫 번째 과제는 ‘방송 정상화’였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정상화’에 앞장서기는커녕 적폐를 유지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위헌적인 ‘날치기법’으로 탄생해 10년간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쳐 온 TV조선과 채널A가 올해 4월 조건부 재승인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고, 경기방송 폐업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각종 이슈가 산적해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무언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 MBN 문제 역시 무려 6년 전인 2014년 시민·언론단체가 제기한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가 2019년 금융위원회 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서야 뒤늦게 자체 조사에 나서더니 솜방망이 처분으로 결론을 냈다. 장·차관급 공무원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 물러나는 게 맞다.

 

‘방송개혁’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

MBN과 같은 ‘사기 언론’이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을 매번 무사통과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정치 수준과도 맞닿아 있다. 건강한 민주사회라면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회가 감시해야 하지만, 각 정당은 부적격자들을 방송통신위원으로 추천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해왔다. 실제로 MBN 재승인 과정에서 국민의힘 추천 방송통신위원들은 철저히 ‘종편 사수대’ 역할만 했고, 정부-여당 추천 방송통신위원들은 상대방을 핑계 삼아 원칙보다 논란 회피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게 MBN의 재승인 통과이다.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승인제도는 해당 사업자가 방송의 공적 역할, 공공성 실현을 책임질 수 있는지 그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만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재량권을 넘어 자격 없는 불법 방송, 불량 방송, 문제 방송에 면죄부를 남발하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그게 방송통신위원회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이다.

시민·언론단체들은 지난해부터 미디어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로서 대통령 직속의 (가칭)‘미디어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미디어 사회적 논의기구 ‘방송개혁위원회’가 미디어 법체계를 정비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체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정책 결정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하여 언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법제 정비와 함께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적극 대응하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통합기구 설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작금의 미디어시장을 어떻게 개혁할지 어떤 정책도 내놓지 않았고, 미디어개혁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다시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속적인 솜방망이 처분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부적격 정치권 인사들을 정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방송통신위원 임명구조 개편, 방송 허가 및 승인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법제도 개선,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한 미디어기구 재편 등 과제가 쌓여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스스로 무력화된 지금, 시민들이 나서서 방송개혁과 방송정상화를 위한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

 

2020년 11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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