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광화문 집회’ 의견광고라서 제재대상 아니라는 신문윤리위원회 공적 지원받는 자율규제기관으로 사회적 책임 다해야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주요 신문의 ‘8.15 광화문 집회’ 광고와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 광고에 대한 심의민원을 ‘정치적 의견광고’라는 이유로 제재대상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는 지난 7~8월 모두 42차례 해당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어 코로나19 전국적 집단감염 확산 계기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코로나19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난상황에서 이들 신문사가 일방적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과 검증 없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광고를 실은 것은 신문광고윤리강령에 위배된다며 심의민원을 접수한 바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11월 3일 처리경과 통보를 통해 “이러한 대규모 집회로 인해 코로나19 집단확산의 우려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나 그 집회의 적법성과 통제는 법원과 관계당국이 판단을 내릴 사안”이라며 “불특정 다수의 우려가 존재했다는 이유로 집회 개최를 안내한 신문광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어 “누구나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진실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며 “각각의 광고가 그 정신(공익)에 부합하는지의 판단은 언론사 내부에서 내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더불어 “특정 집단이 주도한 집회 안내와 정치적 비판 의견을 담은 광고의 타당성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문제는, 그 집회의 옳고 그름과 그 비판의 내용에 대해 윤리적·사회적·정치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제재의 대상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견광고’는 제재대상 아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월 5일 기준 광화문 집회 관련 사망자는 12명, 확진자는 650여 명에 달한다. 집회가 집단감염 확산의 고리가 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국내 유일의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자임하고 있는 기구로서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먼저 판단할 사안은 애초 권한도 없는 집회의 적법성이나 정치적 의견광고의 타당성이 아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 부적절한 광고를 언론 스스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심이 선행되어야 했다.
신문광고윤리강령은 “독자에게 이익을 주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신문의 품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 관계법규에 어긋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 내용이 진실하여야 하며 과대한 표현으로 독자를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 항목은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기본정신으로서 각각의 광고가 공익에 부합하는지 판단은 언론사 내부의 몫이라는 게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주장이다. 하지만 집회 전날까지 광고를 실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국민일보만 독자와 노동조합의 항의에 관련 광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가 8월 20일 실은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은 정부가 “방역지침상 ‘접촉자’가 아닌 국민들을 무한대로 명단제출 강요, 검사 강요, 격리 강요”하고 있으며, “교회에 수년간 나간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검사를 강요하여 그들 중 확진자가 나오면 모두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라고 발표하고 있다”는 허위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방역정책에 대한 허위사실을 명시해 정부의 방역활동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공공안전을 명백하게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써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또는 “내용이 진실하여야 하며 과대한 표현으로 독자를 현혹시켜서는 안된다”는 신문광고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정치적 의견광고’라고 주장하며 제재대상조차 아니라는 무책임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신문사도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반사회적 광고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시민은 부적절한 광고를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단 말인가.
무책임한 언론 ‘‘공적 지원’ 받을 자격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윤리심의지원 사업내역에 따르면, 한해 7억 5천만원 규모의 공적 지원도 받고 있다. 공공재원을 일부 지원받아 운영하면서 사회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광고에 어떤 심의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공적 지원을 받을 이유가 없다. 윤리위원과 심의위원 절반 이상이 전·현직 언론인이라는 점에서도 그 책무는 더욱 무겁다.
문제 광고를 실은 신문사들이 소속된 한국신문협회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정부광고 조기 증액집행, 세액면제, 수송·우송비 지원확대 및 우편요금 할인율 상향, 신문용지·잉크 구입비 지원, 저널리즘 활성화 긴급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왔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방역대책을 부정하는 광고를 실으며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는 신문들이 무슨 염치로 정부광고를 늘려달라고 말하는 것인가. 독자와 시민들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는 신문사엔 한 푼의 세금도 줄 수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명시한 신문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견광고’는 심의대상이 아니라며 ‘광화문 집회’ 광고 심의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광화문 집회’ 광고를 실은 신문사들은 앞으로 반공익적 광고가 지면에 실리지 않을 방안을 조속히 강구하고, 신문윤리강령 및 신문광고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2020년 11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