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포털 뉴스편집 개입 시도’를 비판한다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핸드폰 메신저로 포털 기사배치에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영찬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은 포털 메인에 바로 반영되는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누군가의 보고에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라”, “카카오가 너무한다. 들어오라 하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 명백한 정치권의 ‘뉴스편집 및 보도 개입’ 시도이다.
그러한 지시를 드러내놓고 하는 윤 의원의 태도는 더 놀랍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핸드폰으로 뭘 하는지 출입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핸드폰 메신저로 ‘포털 기사배치에 항의하라’고 대놓고 지시한 것은 그것이 문제되는 행위라는 인식조차 없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심지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설이 포털 메인에 올라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도 아니었다. 미디어오늘 <이낙연 기사 다음 메인 미노출 사실 아니다>(9/8)에 따르면, 포털 ‘다음’은 메인에 올라갈 기사 400~600개를 선별하고 AI가 뉴스 메인을 개인별로 맞춤형 배열한다고 한다. 이낙연 대표 연설 기사는 9월 7일 ‘다음’ 포털의 뉴스 메인에 배치되었다.
이낙연 대표는 9월 9일 “우리 당 대표연설과 야당의 대표연설을 불공정하게 다뤘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한다”면서 “그럼에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윤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정말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부분은 ‘뉴스편집이 편파적이라고 정치인이 곧바로 관계자를 소환해도 된다’는 윤 의원의 언론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하며, 윤 의원은 미디어와 포털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마땅히 교체되어야 할 것이다.
포털의 기형적인 위치가 부른 ‘뉴스편집 개입’ 논란
한편, 보수야당은 윤 의원의 보도개입 시도를 보고 ‘포털 통제’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윤 의원의 해명 내용이다. 윤 의원은 보도개입 사건 당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네이버 부사장 시절 대관 담당으로 많은 의원과 얘기를 나눴고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 의원님들 말씀을 충분히 듣는 게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의 네이버 재직 기간은 2008년부터 2017년 3월까지인데, 이 기간 동안 정치인들에게 꾸준히 불려다녔다는 것이다.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2007년 ‘네이버 평정 발언’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의 해명은 현재 포털이 뉴스유통 과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위치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뉴스 소비자들이 신문·방송·인터넷매체 등 언론사 홈페이지를 외면하고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급증하면서 포털사이트가 어느 언론사보다 강력한 뉴스편집권을 갖게 되는 왜곡된 뉴스유통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포털사이트는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 압력에 더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 한겨레 혹은 조선일보의 사장을 불러다 뉴스편집에 항의한다면 언론사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다음 날 신문 1면과 사설란이 비판 기사로 뒤덮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포털사이트와 언론사의 차이다.
지금도 국정감사 때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구글 가릴 것 없이 대형 포털사 임원들이 줄줄이 국회에 불려 나와 ‘편파성’에 대한 항의를 받지만 국회에서 그러한 질의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는 별로 없다. 포털사이트 스스로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뉴스편집권’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는 포털 메인을 임의로 편집하지 않고 AI가 편집한다고 항변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AI에 가중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떤 언론사가 포털에 진입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도 9월 8일 “과연 뉴스편집을 AI가 전담하면 뉴스의 중립성은 괜찮은 걸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뉴스편집권은 정치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언론사와 뉴스 소비자 사이의 문제이다. 만약 포털사이트가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할 생각이 없다면 뉴스편집권을 다시 언론사에게 돌려주어야 맞다. 정치권도 상대가 언론이 됐든 포털이 됐든 뉴스편집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포털이 뉴스서비스를 계속하는 이상, 포털도 언론사처럼 뉴스편집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적 의무를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2020년 9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