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앞날 걱정되는 방송통신위원회...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 거부권 행사해달라미래통합당이 7월 28일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김효재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로써 5기 방송통신위원회의 면면이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법조인, 상임위원 4명 중 3명은 전직 국회의원, 1명은 언론학자라는 구성이다. 이런 구성으로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절망적’인 정당 추천과정
5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정부가 미디어개혁 과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미디어 공공성은 약화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탄압과 ‘미디어법 날치기’로 탄생한 종편의 등장으로 무너진 미디어 생태계는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G서비스, 망 중립성, 외산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대응, 비대칭규제 개혁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동안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줄기차게 정당 추천 신임 방송통신위원은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함께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가 임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모 절차를 외면하고 일찍부터 내정설이 돌더니, 이변 없이 21대 총선 경선에서 탈락한 당 대변인 출신 김현 전 국회의원을 방송통신위원으로 추천했다. 미래통합당은 눈치가 보였는지 공모 절차 없이 원내대표가 추천 후보를 결정해온 것과는 달리 이번엔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심층면접을 실시한 6명 중 4명이 전직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에 남은 두 명도 각각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미래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결과는 뻔했다.
방송통신위원 추천 과정에서 드러난 목불인견의 행태도 참으로 부끄럽다. 미래통합당이 고르고 골라 내놓은 김효재 전 의원은 이른바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2012년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다음 해 특사로 사면된 부패 정치인 출신이다. 그래놓고 미래통합당은 김효재 방송통신위원 내정 직후 “여당의 방송장악 의도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바로잡아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종편 재승인을 앞두고 ‘사수대’ 역할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방송통신위원에게 최소한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큰 꿈인가. 전문성은 차치하고 방송통신위원을 전직 국회의원들의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정치적 후견주의’부터 벗어나야 될 판이다.
‘미니국회’된 5기 방송통신위원회
5명 중 3명이 정치인인 5기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는 어떨까. 이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는 긴박한 미디어개혁 과제들이 중·장기 과제로 밀리고 있어 미디어정책이 또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수 나왔다.
그러나 당장 종편 재승인을 앞두고 ‘종편 사수대’로 투입된 야당 추천 위원들과 대통령·여당 추천 위원들이 강대강 대치를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언련은 앞서 정당이 시민을 대표하여 방송통신위원 추천과정과 직무수행에 시민의 뜻이 반영되도록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거대양당은 또 다시 자신들의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 정당 추천제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각 정당의 책임을 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신임 방송통신위원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7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