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N 유죄판결, 종편의 ‘대마불사’ 끝낼 때다종합편성채널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을 차명거래로 충당해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임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김세현 판사는 7월 24일 이유상 매일경제신문 부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류호길 MBN 공동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아들 장승준 MBN 공동대표에게는 벌금 1500만원, MBN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과정에서 MBN 측은 모든 공소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의혹이 처음 드러났을 때 MBN 측이 “사원들은 모두 자신의 의사로 주주가 됐다”면서 “‘차명’이란 용어로 호도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던 것에 비해 싱거울 정도로 명확한 판결이다.
종편 봐주기의 오랜 역사
MBN은 2011년 설립 당시 은행으로부터 약 600억원을 대출받아 직원 및 계열사에게 빌려주고, 직원 및 계열사가 그 돈으로 MBN 주식을 매입해 종편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3000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2017년까지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최근 언론이 정의기억연대 후원의 날 행사로 지출된 비용을 이른바 ‘3000만원 맥주값’으로 부풀려 대대적으로 보도한 ‘회계조작’의 2000배 버전이다. 오보로 판명난 ‘정의연 맥주값’과는 달리 MBN의 ‘600억원’은 사실로 드러나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MBN의 차명거래 의혹은 언론개혁시민연대·전국언론노조·언론인권센터로 구성된 ‘종편승인검증 TF’가 2013년 이미 지적했으나, 금융감독원과 방통위는 이를 묵살하다가 2019년 초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그나마도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이 2019년 8월 보도하지 않았으면, 조사기관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이 MBN은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나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이명박 정권 때 이뤄진 종편 승인과정에 MBN만 이런 불법·탈법 의혹이 제기된 것이 아니다. 채널A는 종편 실무 책임자였던 동아일보 팀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동아일보가 30억을 빌려준 뒤, 그 돈으로 채널A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나 검찰은 30억원의 출처가 동아일보임을 확인하고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해 언급된 ‘사돈지간’인 수원대와 조선일보의 TV조선 주식 이면계약 의혹은 조사개시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종편 봐주기의 오랜 역사가 이와 같다.
이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결단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올해 11월로 예정된 MBN의 재승인 심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긴 말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방송법 제18조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변경허가·재허가를 받거나 승인·변경승인·재승인을 얻거나 등록·변경등록을 한 때’는 허가·승인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MBN의 이런 명백한 불법에도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MBN이 재승인 취소되면 기자 대량해고 사태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는 것이 아닌가 우려한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가 판결 직후 낸 성명에서 ‘경영진 사퇴와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만 요구하고 재승인 관련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종편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사업자(대주주)를 교체하거나 그동안 개발한 콘텐츠를 살려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등록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면 된다.
이제 종편의 ‘대마불사’를 끝내야 한다. ‘한번 승인된 사업권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과 원칙에 따라 MBN 재승인 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불법 종편에 대한 재승인 취소는 과거 위헌적 ‘미디어법 날치기’로 어지럽혀진 미디어 생태계가 뒤늦게 복원되는 과정일 뿐이다.
2020년 7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