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조선일보 ‘바로잡습니다’를 바로잡습니다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정정보도 필요 없다
등록 2020.06.19 13:59
조회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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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6월 1일, 1면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철저한 사실보도만이 언론의 존재 가치”라며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을 경우 ‘바로잡습니다’에 정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편파·왜곡보도로 시민의 지탄을 받아온 조선일보가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선일보는 “오보로 현실을 중대하게 왜곡하거나 타인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경우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보를 낸 경위까지 밝히겠다”며 다섯 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오보 밝혀지자 ‘별건 취재’ 들이댄 조선일보

스스로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겠다는 조선일보의 선언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공언(空言)’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혔다. 대부분 오탈자 수정이거나 심각한 오보 및 왜곡으로 지적된 기사의 표기를 고치는 데 그치는 등 본질을 피해간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더 나아가 ‘바로잡습니다’에서 오보 및 왜곡이 벌어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조선일보는 6월 8일 ‘권력이 된 시민단체’ 두 번째 기사인 <정부, 보조금으로 NGO 길들이기 : 친여 단체의 남북교류, 백두대간 등정, 제주투어에도 뭉칫돈 지원>(원우식·남지현·장근욱 기자)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에 관하여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였다. 민언련이 정정보도를 청구하자 조선일보는 오보를 시인하면서도 사과는커녕 애초 기사에서 언급한 2019년 사업과 관련 없는 2020년 사업을 추가로 확인하려는 ‘별건 취재’로 응수했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와 관련된 문의”라는 이유를 댔지만, 오보를 낸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고 마치 민언련 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분명한 ‘별건 취재’였다. 민언련은 정정보도를 요구한 청구인으로서 이러한 ‘별건 취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와 함께 조선일보가 제시한 정정보도문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를 외면하고, 결국 왜곡된 사실로 ‘바로잡습니다’를 내보냈다.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취재하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정정보도에서까지 오보를 낸 것이다.

 

왜 ‘JTBC’에 집착하는가

민언련에 대한 조선일보의 취재는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5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지속돼 왔다. ‘언론으로서 시민단체활동 감시’라는 명목의 조선일보 취재내용에는 국고보조금 지원이나 정부 용역사업에 대한 구체적 내역, 지역 민언련과의 관계, 2020년 정기총회 경과·결과를 비롯해 상임대표·공동대표·사무처장 업무 및 수당·급여 처우조건, 인턴 급여현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민언련은 공익적으로 볼 수 없는 내용까지 답변을 요구한 조선일보의 취재 목적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오보왜곡을 막기 위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사실관계를 공개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오보를 냈다. 민언련이 2019년 여성가족부 ‘양성평등 팩트찾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수성향 종편 TV조선·채널A·MBN 8개 시사프로그램만 모니터링 대상으로 하고, JTBC는 아예 빠져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당시 종편 모니터링팀에서 진보성향 매체는 애초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익명의 인턴 인터뷰도 덧붙였다.

 

민언련은 해당 사업에서 JTBC 또는 진보성향 매체를 제외한 적이 없다. JTBC <세대공감><뉴스ON>을 포함한 종편4사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비롯해 주요 신문, 방송, 유튜브의 성평등 허위조작 정보나 혐오표현을 점검했다. 다만, 사업기간 중 종편 모니터원 개인사정으로 담당자가 줄면서 불가피하게 2주간 JTBC 프로그램이 일시 제외되었다가 바로 정상화된 바 있다.

 

조선일보는 6월 10일 민언련이 이를 바로잡아줄 것을 청구하자 닷새가 지난 6월 15일 오보를 시인하고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남지현 기자는 “선배와 같이 취재하다 보니 ‘양성평등 팩트찾기’가 올해도 (진행)한 줄 알고 혼선이 있었다. 데스킹 과정에서 오독과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오보 내용과 무관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의 ‘미디어 혐오표현 모니터’ 사업에 대한 ‘별건 취재’를 시작했다. “2020년 종편 모니터에서 JTBC가 빠진 게 맞냐”는 질문이 핵심이었다.

 

‘바로잡지도 못하는’ 바로잡습니다

이러한 비합리적 ‘별건 취재’에도 민언련은 6월 17일 회신을 주겠다고 밝혔고 동시에 데스크를 맡은 장상진 기자에게 조선일보가 6월 16일 제시한 정정보도문은 왜곡된 내용으로 절대 동의할 수 없으니 민언련 설명을 참조하여 다시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 ‘알겠다’던 두 기자의 답변과 달리 조선일보는 6월 17일 일방적으로 왜곡된 ‘바로잡습니다’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바로잡습니다’에서 민언련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지원받아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했다고 표기했으나 해당 사업의 명칭은 ‘양성평등 팩트찾기’이다. 주요 신문, 방송, 종편, 유튜브의 성차별과 혐오표현을 모니터한 사업으로 종편만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다. 또한 민언련이 2020년 종편 모니터링 사업에서 JTBC를 전면 제외했다고 적시했으나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재정·인력이 한정된 시민단체가 모든 매체를 모니터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민언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과를 분석한 결과, 행정지도·법정제재 비율이 높은 종편3사(TV조선·채널A·MBN) 시사 대담프로그램을 2020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JTBC 뉴스프로그램 모니터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잘못된 보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던 조선일보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정보도에서조차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바로잡습니다’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바로잡지 못하는’ ‘바로잡습니다’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 조선일보가 <오직, 팩트>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사실보도 원칙에 철저한 언론에서 일어날 수 없는 1차 오보 및 정정보도 2차 오보·왜곡으로 시민단체 민언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부터 당장 사과해야 할 것이다.

 

■ 조선일보 ‘민언련 오보사건’ 내용

구분

기사 제목

해당 본문

사실관계

2020.6.8.

(월) A5면

권력이 된 시민단체(2)

‘정부, 보조금으로 NGO 길들이기’ 친여 단체의 남북교류, 백두대간 등정, 제주투어에도 뭉칫돈 지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해와 올해 정부에서 1억8767만원의 보조금과 용역 사업비를 받았다. 그중에는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양성평등 팩트 찾기' 사업 보조금 1800만원도 포함돼 있다. 사업 계획서를 보면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링'이 주요 내용이다. 이상한 건 TV조선·채널A·MBN 3개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 8개만 모니터링 대상이고, JTBC는 아예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민언련 인턴으로 일했던 A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당시 종편 모니터링팀에서 진보 성향 매체는 애초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며 "정부 보조금을 받고는 현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보수 성향인 매체만 겨냥해서 모니터링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성평등 팩트찾기’ 사업목적과 내용은 “주요 신문과 방송, 종편은 물론이고 유튜버와 커뮤니티의 인기글, 인기 동영상을 모니터링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고자 함”임.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링’은 사업내용 중 일부 수행과제였음.

▶모니터링 대상 중 종편 시사토크쇼 프로그램은 TV조선·채널A·MBN․ JTBC 4개사 12개 프로그램임.

▶“JTBC는 아예 빠져 있다”는 주장은 허위임

▶“진보 성향 매체는 애초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주장은 허위임.

▶“현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보수 성향인 매체만 겨냥해서 모니터링”이란 주장은 허위임.

2020.6.17.

(수) A2면

바로잡습니다

8일 자 A5면 '권력이 된 시민단체' 기사에서 민언련이 2019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사업보조금 1800만원을 받아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링' 사업을 진행하면서 TV조선·채널A·MBN 등 보수 성향 3개 종편 프로그램만 대상으로 삼고 JTBC는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민언련은 모니터 담당자가 줄어 일부 기간만 JTBC가 대상에서 제외됐고 나머지 기간은 포함됐다고 알려왔습니다. 민언련이 JTBC를 모니터 대상에서 전면 제외한 것은 2020년 종편 모니터링 사업으로 확인되었기에 바로잡습니다. 올 1월 이후 민언련의 종편 모니터 보고서에는 TV조선·채널A·MBN 3사 프로그램만 대상이었고, JTBC는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여성가족부 사업 공식명칭은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링'이 아니고 ‘양성평등 팩트 찾기’임.

▶“2020년 종편 모니터링 사업에서 JTBC를 전면 제외한 것”이란 주장은 허위임. JTBC 뉴스프로그램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음.

▶“민언련의 종편 모니터 보고서에는 TV조선·채널A·MBN 3사 프로그램만 대상이었고 JTBC는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맥락을 전혀 다르게 왜곡한 것임. 2020년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 모니터 대상을 TV조선·채널A·MBN 8개 프로그램으로 변경한 것은 한정된 여건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년간 심의결과에서 문제내용이 많은 상위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뤄진 것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사별 심의결과

방송사명

심의 결과

합계

문제없음

행정지도

법정제재

KBS

8건(29.6%)

17건(63.0%)

2건(7.4%)

27건(100%)

MBC

16건(30.8%)

32건(61.5%)

4건(7.7%)

52건(100%)

SBS

2건(7.4%)

23건(85.2%)

2건(7.4%)

27건(100%)

TBS

-

11건(61.1%)

7건(38.9%)

18건(100%)

JTBC

24건(53.3%)

20건(44.4%)

1건(2.2%)

45건(100%)

TV조선

17건(18.5%)

71건(77.2%)

4건(4.3%)

92건(100%)

채널A

8건(15.4%)

37건(71.2%)

7건(13.5%)

52건(100%)

MBN

14건(25.9%)

32건(59.3%)

8건(14.8%)

54건(100%)

YTN

1건(3.7%)

20건(74.1%)

6건(22.2%)

27건(100%)

연합뉴스TV

2건(15.4%)

9건(69.2%)

2건(15.4%)

13건(100%)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사별 심의결과(2017/5/1~2019/12/31, 보도‧시사프로그램 한정) ©민주언론시민연합

 

 

2020년 6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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