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여성혐오 실어 날랐던 장사치 언론은 그의 죽음 앞에 사죄하라
등록 2019.11.2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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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가 24일 사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구하라 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 전반에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언론은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은 구하라 씨 생전, 그의 사생활과 인격을 기사로 팔아왔다. 구하라 씨를 불법촬영물로 협박했던 사건을 ‘최종범 사건’이라 칭해 ‘불법촬영물 협박’이라는 사건의 실체와 심각성을 은폐했고, 공정함을 가장하며 사실상 가해자를 편드는 보도를 내놓았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등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내용들을 언론은 ‘논란’으로 처리하여 수없이 많은 구설수를 만들었으며, 떠도는 악플을 엮어 다시 기사로 팔아먹었다.

 

그녀가 떠난 지금도 언론은 여전하다. 구하라 씨 집의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최대한 줌인을 한 사진보도들이 나왔다. 이 보도들은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무엇인가 볼거리를 찾는 시민을 낚시하는 일종의 어뷰징 장치일 뿐이며, 결국은 타인의 죽음을 팔아먹는 셈이다.

한편, 불법촬영물을 촬영 후 협박한 가해자 최종범의 책임을 묻는 여론에 대해 ‘2차 가해’, ‘극단적 공격’이라 표현하는 일부 기사도 문제이다. 사회구성원이 법원의 부적절한 판결에 대해서 항의하고 여론화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의 여론을 일방적 ‘가해’나 ‘공격’이라 낙인찍고 비판하는 태도는 도리어 여성혐오적 시선을 옹호하는 것이며, 2차 가해란 단어를 오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 최진리 씨에 이어 구하라 씨의 죽음을 다룬 기사를 내놓을 언론에게 당부한다. 당신들의 보도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기사를 송출하기 전 제발 거듭 이 기사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심사숙고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자살보도윤리강령자살보도권고기준 3.0의 내용과 그 정신을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망했다는 사실 외에 그간의 사건이나 사생활 등 다른 내용을 기사화해서는 안 되며 꼭 필요한 경우로 보이더라도 고인에게 누가 되거나 불필요한 구설을 만들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런 고심 끝에 당신들이 쓴 보도가 돈벌이 이외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면 그 보도를 내지 말기 바란다. 부디 한번만이라도 언론이 제대로 된 반성과 추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포털 사이트도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일부 포털 사이트에서 고인을 검색하면, 상단에 그를 모욕하는 선정적인 게시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뿐만 아니라 연관 검색어에도 그를 성적 상품으로 소비하려는 키워드들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시민 다수가 포털을 이용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대에, 포털에서 이를 그냥 둔다면 범죄를 방조하고 피해를 양산하겠다는 의미이다. 포털이 일종의 ‘음란물 유포 방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비단 그가 숨진 그 순간에만 잠시 검색 결과 창을 정비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여성혐오적이고 선정적인 게시 글은 검색 결과 창 상단에 노출되지 않도록 포털이 즉각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끝>

 

2019년 11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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