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방송독립시민행동]윤석열 검찰총장의 언론고소 '셀프수사'를 중단하라
우리는 오늘 윤석열 검찰총장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 11일 한겨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스폰서인 윤중천 씨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 씨 진술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내용이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보고서에 기록됐으나 검찰이 외면했다고도 전했다.
윤석열 총장은 보도 직후 취재기자와 편집국장, 보도에 관여한 성명불상의 사람들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언론인을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윤석열 총장은 17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겨레를 향해 “후속보도를 멈추고 공식 사과를 1면에 하면 고소를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이 발언에 많은 국민들은 '사과하지 않으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의 겁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이미 윤 총장이 고소한지 3일만에 수사에 착수했고, 5일 만에 내·외부 조사단원 조사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지난 21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들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사건팀 외부단원들은 검찰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윤 총장이 고소한지 1주일 안에 김학의사건팀 조사단원 중 적어도 3명 이상이 참고인 조사 요청 또는 조사를 받았다”면서 “윤 총장 명예훼손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언론이 충실한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데 십분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한겨레는 근거 없이 보도한 게 아니라고 거듭 밝히고 있고, 윤 총장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과정을 다툴 수 있는 언론중재위원회 등의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양측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검찰의 수장 신분으로 즉각적으로 검찰에 고소부터 하고, 부하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이르게 한 윤 총장의 행위는 적절한 못한 처신이라고 본다. 윤 총장 본인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상명하복 체제에서 총장 본인이 분노를 표하며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하는 사안에 도대체 어떤 검사가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한다고 한들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을 수 있는 시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는 지금이라도 검찰이 검찰총장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현재 대다수 국민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특정인에 대한 수사권 남용, 케케묵은 전관예우 관행 등 곪아 터진 검찰 조직의 병폐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부하직원을 시켜 진행하는 수사는 국민의 불신을 살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은 즉각 고소를 취하하고 그것도 어렵다면 이번 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10월 25일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
(약칭 방송독립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