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청문회에서 시민단체 띄워준 자유한국당, 할 일부터 하라
등록 2019.09.0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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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있었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는 자유한국당의 민주언론시민연합 성토장으로 변질됐다. 방통위원장 청문회인지 민언련 청문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통송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한상혁 후보자의 자격과 비전을 검증하고 드러냈어야 할 청문회에서 ‘민언련은 좌파’라는 때 아닌 색깔론 공세만 반복해 외쳤다. 덕분에 민언련의 SNS와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급증했으나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우리 정치의 현주소는 문제가 심각하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좌파에 편향된 한상혁 후보자는 사퇴하라는 요구였으나 곳곳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장악했던 당시의 공영방송을 그리워하거나, 허위조작정보를 날마다 유포하는 ‘극우 유튜브 방송’을 보호하고자 하는 속내가 드러났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에게 물어야 할 방송통신계 현안이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이득만을 좇은 것이다. 심지어는 그 논리마저 허술하여 생중계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시민단체가 주는 상이 마음에 안 들었던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한상혁 후보자를 ‘좌파 편향’이라 몰아붙이면서 민언련을 집중 거론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민언련의 ‘이달의 좋은 보도상’ 및 ‘이달의 나쁜 보도’ 선정 결과가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박성중‧박대출 의원은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민언련) 나쁜 보도상을 보니 조선일보 6건, TV조선 8건, 채널A 2건, 한국경제 1건, 세계일보 1건”, “좋은 뉴스로 선정된 걸 보면 작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KBS 11건, MBC 9건, JTBC 4건, 한겨레 9건, 경향 2건, 뉴스타파 5건, 오마이뉴스 1건, 노컷뉴스 1건, 프레시안 1건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 매체들을 진보 좌파 매체의 대표라고 본다”, “이달의 좋은 보도는 친정부 성향”, “(민언련이)보수 언론만 다 잘못되고 나쁜 뉴스라고 한다”라면서 한 후보자를 “편향된 인사”로 규정했다.

 

시민단체가 언론학자, 전현직 언론인 등 언론 전문가를 별도로 초빙한 심사위원회를 거쳐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상식을 시비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자유한국당은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선정 절차나 심사위 구성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실제로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KBS‧MBC‧JTBC‧한겨레 등이 많이 선정된 반면 조중동‧TV조선‧채널A 등 보수 언론은 선정된 바 없다면서 ‘편향성’을 운운했는데 언론계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황당한 주장이다. 예컨대 한국기자협회가 매달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의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의 수상자를 봐도, MBC(지역 포함), SBS, 한겨레가 각 5회로 가장 많고 KBS와 JTBC도 각 2회 수상했다. 조선일보가 2회, 중앙일보가 1회, 채널A가 1회 수상하긴 했지만, TV조선과 동아일보는 2019년에 단 한번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TV조선은 2017년 6월이, 동아일보는 2018년 10월이 마지막 ‘이달의 기자상’ 수상이었다. 자유한국당이 ‘민언련은 편파적’이라는 프레임에 들어맞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서울신문은 거론하지 않았는데 2019년 들어 서울신문 역시 한국기자협회에서 2회, 민언련에서도 2회 상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는 전국 신문·방송·통신사 180개가 회원사로 소속된 명실상부 국내 언론인들이 스스로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당연히 조선일보를 위시한 이른바 ‘보수언론’의 기자들도 모두 소속되어 있다. 현재 부회장단에도 조선일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쯤 되면 시민단체인 민언련이 선정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이 여타 언론 보도상들과 비슷한 수준의 객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에 장악된 MBC’가 여전히 그리운가

자유한국당의 두 번째 주장에서는 뻔뻔함이 묻어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민언련이 정권에 따라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서 편파적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그 사례는 모두 자유한국당이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한 일들이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아주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게 민언련”이라면서 “(민언련이)MBC 정상화위원회에 흔들림없이 정상화에 매진하라고 했는데 정상화위원회 활동의 위법성을 법원에서 판단했다. 공동대표로서 사과할 생각 없나? 잘못했나 잘했나?”라며 한 후보자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나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 위법 판결’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월 법원이 인용한 MBC 정상화위원회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거론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 자체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아니다. MBC 정상화위의 조사대상자였던 MBC 2‧3노조원은 2명이 MBC정상화위의 출석‧답변‧자료제출‧징계 요구권이 부당하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MBC 정상화위 규정이 소수노조인 2‧3노조와 사전 협의되지 않았다면서 그 신청을 인용했다.

 

MBC 2‧3노조원은 현재 조합원 수가 도합 30여 명에 불과하며 이는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 수 1200여 명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MBC 정상화위 출범 당시 제1노조와 협의 및 의견수렴과정을 마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편파‧왜곡 보도를 주도한 간부들이 정상화위 출범 직후 3노조에 대거 가입했다고 한다. MBC 3노조는 인터뷰를 조작했던 김세의 전 기자,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문구와 사진을 찍고 ‘사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최대현 전 아나운서가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방송을 망친 주역들이 3노조에 가입하면서 조사를 받게 된 것이지 애초 3노조원이라 조사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법원 판단에 MBC 노사가 모두 반발했다. 초유의 공영방송 장악 사태를 뒷수습할 동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법원 판단이 자유한국당 주장처럼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 위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전 정권의 보도 개입, 블랙리스트 운용, 부당 해고 및 전보 등 방송 장악 당시 김장겸 전 사장, 박상후 전 전국부장 등 그 주동자를 적극 두둔했던 자유한국당은 민언련을 평가하기 전에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최근 법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방송 장악 공작 및 부당 인사로 해임 또는 해고된 김장겸 전 사장,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박상후 전 전국부장이 해고가 부당하다며 제시한 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그들의 세월호 보도 참사, 보도 개입, 부당 인사 등이 모두 사실이라고 법원이 확인했다. 김장겸 전 사장의 경우 부당노동행위로는 이례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왜 이러한 판결은 언급도 하지 않는가? 스스로의 치부는 숨기고 민언련을 공격하기 위한 치졸한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괜히 스스로의 치부만 들춘 자유한국당,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에는 반대했으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에는 찬성했다는 비판도 가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한상혁 후보자도 이런 주장을 했다며 ‘진영 논리’라 비난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008년 당시 검찰의 정연주 전 사장 기소가 “유죄판결 가능성이 없음에도 이뤄진 과오”라 발표했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해임 과정에서 KBS 건물 내부까지 진입한 경찰력 투입이 부당하다고 밝혔으며 결정적으로 2012년에는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모든 부당 해임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있다. 고영주 씨는 어떤가? 고영주 씨는 방문진 이사장을 역임하던 시절 강단, 국회를 가리지 않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사법부, 공무원 중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 등 막말을 일삼은 바 있다. 2017년에는 ‘MBC경영평가보고서’에 당시 박근혜 정부 찬양에 골몰했던 MBC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방송문화진흥회의 법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채택을 거부하기도 했다. 같은 해 MBC 여의도 사옥을 정체불명의 사업자에게 팔라고 MBC 사측에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일어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이 모든 사실관계에 입을 다물고 민언련을 탓하는 의도는 뻔하다. 박근혜 정권 당시 MBC 장악에 앞장섰던 고영주 전 이사장을 두둔하고 이명박 정권이 주도한 정연주 전 KBS사장 불법 해임이 정당했다는 거짓 선동이다. 과연 누가 말을 바꾸고 이중잣대를 내세우는지 자유한국당은 성찰해 보길 바란다.

 

또한 윤상직 의원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엄청나게 많은 가짜뉴스가 유포됐다. 그때 민언련이 제대로 논평낸 적 있나? 없다. 오히려 가짜뉴스를 부추겼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이는 아예 사실과 다르다. 민언련은 박근혜 탄핵 사태 당시 ‘태블릿PC는 조작설’ 등 허위정보가 방송 뉴스 등 매체를 타고 나올 경우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초유의 국정농단에 침묵한 당시의 KBS‧MBC를 규탄하기도 했다. 또한 TV조선‧채널A가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모독했을 때도 도를 넘었다고 보고서를 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민언련 활동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놀랍게도 윤 의원이 ‘민언련이 침묵한 박근혜 가짜뉴스’라며 제시한 것 중에는 ‘태블릿PC는 최순실의 것’, ‘통일대박 표현은 최순실 아이디어’, ‘정호성 비서관 녹음파일에 박대통령 일일이 최순실 의견 구하는 내용 있었다’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고,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다.

 

시민단체 활동에 시비 거는 자유한국당, 스스로를 돌아보라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이 비판한 것은 민언련이 ‘보수 언론’, ‘보수 유튜브’, ‘보수 종편’만 비판하기 때문에 편향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대목에서 김성태 의원은 민언련을 “문재인 정권의 언론장악을 위해 방송 통신 전방위에서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좌파들의 아지트, 관변단체”로 칭했다. 윤상직 의원은 민언련 홈페이지를 보여주면서 “주요 활동 중 하나가 보수언론의 보도 감시와 모니터, 정치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 공공성 회복 운동,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종편 특혜 감시, 종편 보도 모니터”라는 일부 내용을 읽었다. 그러더니 “정치적 편향성”이라 결론지었다. 정치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 공공성을 회복하고 종편 특혜를 감시하는 것이 ‘편향성’이라니 도대체 언론을 무엇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특히 화를 낸 부분은 왜 ‘보수언론’과 ‘종편’만 콕 집어 ‘감시’ 대상으로 삼았느냐는 것이었다.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는 사안을 왜 자유한국당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조중동 및 경제신문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이른바 ‘보수언론’은 그간 수많은 왜곡‧편파‧오보로 여론을 어지럽혔기 때문에 민언련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감시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을 왜 자유한국당만 모른다는 걸까?

 

또한, 민언련은 20년 간 언론 모니터를 하면서 항상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등 주요 일간지를 모두 감시 대상으로 공표해왔고 최근에는 한국일보‧서울신문‧한국경제‧매일경제‧서울경제 등 여타 매체도 종종 포함시켜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유한국당이 ‘좌파 언론’으로 낙인찍은 한겨레‧경향신문을 비판한 민언련 보고서도 최소 10건 이상 있었으며, 역시 자유한국당이 ‘친정부 언론’으로 칭하는 KBS 보도를 지적한 보고서도 4건 발표했다. 문제적 보도가 주로 조선일보‧동아일보, TV조선‧채널A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시민들의 제보 역시 그 매체들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들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일 뿐이다.

 

청문회 망친 자유한국당, 반성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은 ‘민언련은 친정부‧좌파 아지트’라는 케케묵은 색깔론에 매몰되어서 청문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민언련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억지는 엄중히 보자면 명예훼손이나 다름없지만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넘기려 한다. 그러나 방송통신 분야의 전문성과 비전이 제대로 검증하는 기회를 잃은 것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등 여타 정당 의원들이 방송사 중간광고 문제, 공영방송 경쟁력 확보 방안, 외주제작 시장의 불공정, MBN 불법 차명대출 의혹, 국내외 OTT 규제 불균형 이슈 등 현안 질의를 했으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편향성’에 집착하며 워낙 고성을 질러대는 탓에 묻히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이 청문회에 임하는 목적은 인사검증이나 정책검증이 아니라, 오로지 흠집내기와 정치적 쇼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국정과 정치 자체를 망치는 태도 자체는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를 더욱 떨어뜨릴 뿐이라는 것을 자유한국당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끝>

 

2019년 9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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