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동아에서 주는 경찰 1계급 특진상, 권언유착 도구일 뿐이다
등록 2019.05.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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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공동 주최하는 청룡봉사상 수상 여부가 경찰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경찰청이 수상자 추천을 강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 국방부는 동아일보·채널A와 공동으로 ‘영예로운 제복상’도 주최하고 있다. 특정 언론사와의 유착관계 형성 의혹을 부를 수밖에 없음에도 경찰이 청룡봉사상 등의 공동 주최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계급 특진 인사특전 주는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올해로 53회째를 맞는 청룡봉사상은 경찰청과 조선일보가 공동 주관하고 심사하여 충(忠), 신(信), 용(勇), 인(仁), 의(義) 총 다섯 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상이다. 그 상을 받은 경찰에겐 ‘1계급 특진’의 인사 특전이 주어진다. 동아일보·채널A의 ‘영예로운 제복상’ 역시 대상과 제복상, 위민상 등을 수상한 경찰 등 공무원에게 1계급 특진 혜택을 준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 공무원을 위해 언론사에서 상을 줄 순 있다. 하지만 특진 혜택으로 이어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찰(기관)이 특정 언론사나 언론사의 특정 인물들과 관계를 맺을 때 언론과 수사기관이 모두 경계해야 하는 유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 내부에서도 특정 언론사가 공적을 평가한다는 명목으로 특진 후보자들에 대한 감찰기록과 세평 등을 제공받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의 목소리가 있다.

경찰 스스로도 이전에 이와 같이 특정 언론사가 주관하는 상의 수상 여부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문제를 해결코자 노력한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경찰청은 교육부, 환경부, 국정홍보처와 함께 “정부 기관의 고유권한인 인사 평가를 특정 언론사의 행사와 연결하는 것은 부작용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인사 원칙의 문제에 있어서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2007년과 2008년 청룡봉사상 공동 주최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경찰은 다시 공동 주최를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권언유착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커

경찰이 조선일보와의 청룡봉사상 공동 주최를 부활시킨 2009년 4월 23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고(故) 장자연 씨 사망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아닌 조선일보 사옥에서 기자 두 명을 대동한 채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가 조사 장소는 물론, 변호인이 아닌 제3자의 입회 아래 경찰 조사를 받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특혜다.

지난 4월 2일 한겨레KBS 보도에 따르면 2009년 당시 불거진 ‘황제조사’ 논란에 대해 경찰은 “방상훈 사장이 노령이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직원들도) 함께 있겠다”는 조선일보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는 내부 주장이 있어 기자들이 배석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방 사장의 나이는 61세였고, 기자들은 어떤 사건이든 진실을 파악하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경찰이 이런 주장을 순순히 들어주진 않는다.

물론 경찰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에게 이런 특혜를 허용한 배경에 청룡봉사상을 공동주최하는 ‘관계성’이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상식의 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특혜가 조선일보에게만 주어지는 상황을 보는 시민들은 경찰이 과연 조선일보를 의식하지 않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 스스로 권언유착 의혹을 부르는 모양새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역대 청룡봉사상 수상자를 보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조작한 유정방, 고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이근안, 1981년 부림사건 고문 가담자 송성부 등 과거 독재정권에 부역해 인권을 유린하고 실형을 받은 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수상은 지금까지도 취소되지 않았다. 청룡봉사상 자체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억압한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권언유착’ 목적의 상이며, 군부 독재정권 시절 권위주의를 옹호하고, 이에 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선 시민 혁명의 역사를 폄훼해온 조선일보의 시각과 관점을 투영한 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왜 수치의 역사를 담고 있는 청룡봉사상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경찰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무엇 때문에 특정 언론사에 경찰 인사 권한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상을 늘리고 있는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둔 지금, 경찰청은 경찰 행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언론사와의 공동 시상 제도와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문제를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끝>

 

5월 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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