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위, TV조선 관련 조선일보 의혹 진상 조사 나서라TV조선 출범 당시 50억을 출자한 수원대학교 법인이 지난해 주식 전량을 조선일보사에 매각했는데,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사의 매입가격은 적정가격의 대략 두 배에 해당한다. 보도 내용대로 조선일보사가 적정가격의 두 배로 주식을 매입했다면 배임 의혹이 있고, 만약 출자 당시부터 수원대 재단과 조선일보사가 원금보장 약정을 맺었다면 배임은 아니지만 명백하게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승인 요건을 위배한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의 보도가 나오고 일주일이 지난 현재(5월 1일 기준)까지도 TV조선을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종편 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확인하고, 필요하면 조처를 해야 할 책임 기관인 방통위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조선일보는 어떤 투자자와도 손실보장 약정을 맺은 사실이 없고, TV조선과 같은 비상장주식의 거래는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며 한겨레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에 대한 의혹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우리는 방통위가 이번 사안을 한겨레와 조선일보사만의 갈등인 듯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배임 혹은 종편 승인 문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사는 지난해 4월 수원대 학교법인인 고운학원이 보유하고 있던 TV조선의 비상장주식 100만주를 50억원(주당 5000원)에 사들였다. 2011년 TV조선 출범 당시 이 회사의 주식을 50억원에 매입한 고운학원이 7년여 만에 TV조선의 대주주인 조선일보사에 같은 값으로 전량을 판 것이다.
수원대 재단이 TV조선 주식을 되팔 수밖에 없던 건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학교발전기금으로 TV조선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2011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고운학원의 교비 부당사용 사실이 적발됐고, 2013년 수원대는 “5년 이내 전량 지분을 매각하고 손실이 나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식매각이 계속 이뤄지지 않자 교육부는 2017년 실태조사를 통해 교비 부당사용 사실을 재차 지적하고 2018년 “해당 주식을 취득액으로 매각해 환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취득금액인 액면가로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문제는 조선일보사에서 매입한 주식의 가격이 실제 TV조선의 주식가치보다 두 배 가량 비싸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고운학원의 법인회계 결산서에서 2016~2017년 TV조선 주식의 주당 가치는 2,306~3,212원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또 한겨레 의뢰로 복수의 회계전문가들이 지난 3년 동안 TV조선에서 공개한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TV조선 주식의 주당 가치는 2,118원이었다. 또한 조선일보사가 2017년 감사보고서(2018년 4월 공시)에서 밝힌 TV조선 주식의 가치도 주당 4,012원에 그쳤다고 한다. 조선일보사가 고운학원으로부터 적정가격의 최대 두 배, 조선일보사 측 계산에 따라도 25% 가량 비싸게 TV조선 주식을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한겨레가 제기한 이유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 경영진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한겨레는 조선일보 사주와 수원대 설립자 일가가 ‘사돈 관계’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는 2008년 수원대 설립자의 아들인 이인수 전 총장의 장녀와 결혼했다. 즉, 조선일보가 TV조선 출범 당시 투자자 유치에 애를 먹자 사돈인 수원대 재단에서 도움을 줬는데, 이 투자가 문제가 되자 이번엔 조선일보가 문제를 해결해 준 셈이라는 게 한겨레의 지적이다. 조선일보 경영진에 대한 배임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겨레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대로 조선일보가 적정가보다 비싸게 주식을 사들였다면 다른 주주들이나 회사에 손실을 끼쳤으므로 배임이 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사전 약정 의혹이 제기된다. 수원대 재단에서 투자한 금액인 액면가로 주식 매입가를 산정한 것도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만일 조선일보사와 수원대 재단이 사전에 맺은 약정에 따라 거래했다면 배임 책임은 해소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 원금 보장과 관련한 손실보장 약정을 맺은 경우 주식을 비싸게 매입해줬다 하더라도 사전 약속을 이행한 것이기에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손실보장 약정을 맺었다면 TV조선 승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방통위는 2010년 종편 승인에 앞서 발표한 세부심사기준에서 ‘자금조달계획의 적정성’ 평가 항목을 두고 ‘최대주주가 다른 구성주주와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경우 등 신청법인의 재무적 건전성을 해칠 가능성에 대해 비계량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이란 일정기간 후에 주식을 되사주는 바이백(buy-back)옵션 조항이 포함된 계약 등을 의미하며, 이는 사실상 차입거래에 해당하므로 순수한 출자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또한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 등을 체결하고도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방송법 제18조 제1항에 따른 허위·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여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조선일보사와 수원대 재단이 손실보장 약정을 맺었다면 배임 의혹은 피할 수 있지만 종편 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침묵만 지키는 방통위, 당장 조사에 나서라
만약 TV조선의 최대주주인 조선일보사가 수원대 재단과 손실보장 약정을 맺고도 이를 감췄다면 명백하게 부정한 방법으로 종편 사업 승인을 받은 것인 만큼, 방통위는 방송법에 의거해 승인 취소를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만약 그런 약정이 없다면 방통위가 나서서 의혹을 해소할 책임도 있다.
조선일보 경영진의 배임 의혹이나 종편 사업 부정 승인 의혹 모두 심각한 문제인 만큼, 책임 있는 행정 당국이라면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조사 활동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 방통위가 담당하는 방송사 승인 업무의 신뢰성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방통위가 지금 당장 공식·공개적으로 조선일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길 촉구한다. 만일 방통위의 조사권에 한계가 있어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지체 없이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편 승인 9년째, 언제까지 종편 승인을 둘러싼 의혹만 반복할 것인가. <끝>
5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