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유령기자와 기사 표절, 한국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
등록 2019.04.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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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유령기자들로 기사를 생산하고 타 매체의 보도를 짜깁기 표절하는 게 아무렇지 않을 만큼 한국 언론의 저널리즘 수준이 바닥까지 떨어진 것일까. 우리는 미디어오늘의 4월 19일 <제보를 거부한 기자, 그는 ‘유령기자’였나>과 4월 23일 <일요서울 사내이사의 도 넘은 ‘기사 표절’>에서 고발한 일요서울의 행태와 최근 중앙일보 특파원의 외신표절 사건 등을 보며, 한국 언론 전반이 저널리즘 구현이라는 존재 목적을 망각하고 독자를 기망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게 된 단계에 이른 게 아닌지 위기감을 느낀다.

 

일요서울의 독자 기망 행위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일요서울엔 10여명의 기자가 있는데 이 중 기자 4인의 메일주소가 허위였다. 미디어오늘에서 유령기자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간 이후 메일주소가 허위인 유령기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기사 생산이 멈췄다. 이들은 미디어오늘의 취재가 있기 전까지 기자 1인이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많게는 100여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요서울 소속의 한 정치부 기자는 다른 언론사에서 취재한 내용을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베끼고, 다른 매체 기자가 쓴 분석기사 내용을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한 말처럼 둔갑해 기사로 냈다. 타 매체의 기사를 표절하고 왜곡까지 한 것이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일요서울미디어그룹 회장 아들로 일요서울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서울은 기사표절·왜곡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취재가 이어지자 지난 23일 홈페이지에 “그동안 관행처럼 내려오던 통신 계약 매체 기사를 짜깁기 하지 않도록 엄중 조처했다”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를 야기한 기자들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일요서울의 행태는 어떤 구구절절한 이유를 붙인다 해도 용인할 수 없는 독자 기망 행위다. 일요서울 스스로 유령기자 의혹의 진실과 기사표절 실태를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의 표절보도도 부끄러운 단면

우리가 우려하는 건 이런 일이 비단 일요서울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닌 현실이다. 이른바 ‘유력지’로 거론되는 중앙일보 역시 최근 특파원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을 베껴 칼럼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기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독자 사과에 나섰지만, 미국·영국 특파원의 다른 글에서도 외신 인터뷰 무단 인용과 표절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인터넷신문위원회 기사 심의 결과 표절금지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무려 1480건(전체 3378건, 43.8%)에 이른다.

많은 언론들이 그간 ‘관행’이라며 통신사 등의 기사를 베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령기자까지 만들어 기사를 생산한다는 의혹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포털에 의존해 기사량, 조회수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미디어 환경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이와 같은 구조의 문제만으로 독자를 기망하는 퇴행된 언론 현실이 만들어졌다고도 보기 어렵다. 언론의 존재 목적인 저널리즘의 구현을, 언론인으로서의 윤리를 내팽개치면서까지 생존해야 할 언론은 없기 때문이다. 언론은 왜 있는가?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엇인가? 냉철하고도 엄중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끝>

 

4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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